'미국통' 리용호·최선희 전면에…김영철은 빠져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 수행 김여정·조용원·현송월도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에 정예 측근들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북미 정상의 만남 영상에 포착된 인물 중 주목되는 수행원은 북한의 대미외교를 이끄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 위원장의 최측근들인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판문점 행보가 단순히 이벤트 성격의 짧은 만남이 아니라 정체된 북미 대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중에서도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대미 외교 전반을 외무성이 관장하는 등의 조직 재편 과정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최 제1부상은 이번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다.

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만남 의사를 트윗을 통해 밝히자 5시간 15분 만에 '담화'를 발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만남이 성사된다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 호응을 보냈다.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한 인물로, 그의 이날 담화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4월 김정은 2기 권력 재편 때 외무성 제1부상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에도 올랐다.

리 외무상은 북한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수장이며 자타공인 최고의 '미국통'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 리무진에 동승하며 신임을 과시했다.외무성에서 핵문제는 물론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미 외교 전반을 다룬 만큼 누구보다 전략과 협상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대미 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양대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협상 사령탑' 역할을 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이날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아 대미 협상에서 손을 떼고 고유의 대남업무만 하도록 조정됐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수행단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수행 인물은 장금철 신임 당 통일전선부장의 포함 여부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북미 정상회동에 장 부장과 비슷해 보이는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확정할 수는 없지만, 외모상으로 (정부가 보관 중인 예전 사진과) 비슷하다"며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겸임했던 직책에 오른 장 부장은 오랫동안 대남 분야에 종사한 인물로 "숨겨진 실세"라거나 "최근 실세로 올라갔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하노이 회담의 실패로 당 통일전선부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옴에도, 대남사업을 맡은 만큼 최고지도자의 판문점 남측 지역 방문 수행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원 당 제1부부장은 2000년대 조직지도부 말단 직책에 김정은 위원장과 인연을 갖고 보좌해온 인물로, 정치적 인맥이 별로 없었던 김정은 후계시절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최측근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부부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서 바통을 받아 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하며 행사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김여정 제1부부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종전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등 일인다역 대신 로열패밀리로, 고위 간부로 높아진 위상이 과시하며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