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업체 어보브반도체 '찜'…검사장비업체 테크윙도 '관심'

비메모리 반도체 떠오르는 종목은?

에프에스티· 에스앤에스텍 등
반도체 미세공정 업체도 수혜
Getty Images Bank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초 정부도 집중 육성 의지를 밝히면서 시스템반도체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달리, 비메모리는 이제 본격적인 성장세가 시작돼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분야에서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보브반도체, MCU칩 시장 1위
반도체 업계에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외의 모든 반도체는 비메모리로 분류된다. 메모리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다. 이 때문에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촘촘히 얽혀 생태계가 조성된 점이 특징이다. 비메모리 업체는 팹리스와 제조 담당 파운드리, 조립·검사업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업체들이 가장 취약한 팹리스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과 수요 기업의 협력 플랫폼(얼라이언스 2.0)을 가동하고, 1000억원 규모의 팹리스 전용 펀드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1.6%에 불과한 팹리스 시장 점유율을 2030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이에 실리콘웍스,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등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국내 팹리스 매출 1위 업체인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드라이버IC(구동칩)를 대부분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일본 방송사 NHK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8K 고화질로 중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사실을 호재로 보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NHK가 방송을 위해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하고 있어 실리콘웍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보브반도체는 국내 MCU칩 시장의 1위 업체다. MCU칩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세계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제TV 전문가 두 명도 어보브반도체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한옥석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어보브반도체의 MCU칩을 쓰고 있고 필립스 등 해외에도 납품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며 “사물인터넷(IoT) 확산과 함께 성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에프에스티 “반도체 공정 미세화 수혜”

파운드리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대만 TSMC에 이어 세계 점유율 2위(19%)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초 “2030년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며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밝힌 이후 기대감이 커졌다. 김준영 파트너는 “삼성전자는 지난 4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며 “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첨단 미세공정(회로 선폭을 줄이는 기술)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5나노 공정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 선폭이 5㎚급임을 의미한다.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쓰이는 EUV(극자외선) 기술업체도 수혜주로 떠올랐다. 에프에스티는 EUV용 펠리클을 개발한다.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서 미세한 입자(파티클) 등을 막아주는 박막이다. 노광공정은 회로 패턴이 담긴 포토마스크에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이다. 김지욱 파트너는 “고가의 포토마스크가 먼지에 오염되면 불량률이 증가한다”며 “펠리클을 사용해 수율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토마스크 원재료인 블랭크마스크를 만드는 에스앤에스텍도 주목받고 있다. 블랭크마스크는 석영 유리기판 위에 증착된 금속박막 필름에 감광액을 바른 형태다.

반도체 검사·패키징 관련주도 눈여겨볼 종목으로 꼽힌다. 테크윙은 반도체 칩을 검사장비로 옮기고, 검사 결과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하는 장비인 핸들러를 만든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매출은 작년 대비 325% 늘어난 18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패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전문 업체다. 반도체를 외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외부 기기와 연결해주는 작업을 주로 수행한다. 자동차 전용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NXP반도체의 패키징을 도맡는 등 전장용 반도체 관련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