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C랩' 민간 개방 … 5년간 1만명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내부에 있는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자사의 소프트웨어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기회를 청년 취업 준비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1만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길려내는 인재 양성 프로젝트다. 1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매달 100만원씩 별도의 교육비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삼성전자 해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지역전문가로 뽑힌 임직원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원하는 국가에 1~2년간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다. 삼성은 연봉 외 1인당 1억원 안팎에 이르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세계적 경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1년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를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공한 핵심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중심은 사람’
기업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인재경영 철학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경영 이념 중 하나다. 단기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 또는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199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지시로 도입된 뒤 올해까지 27년 동안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선발을 거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손을 빼내고 비용을 투입하는 부담보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업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자체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한국명 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 대학교수직을 겸임하면서 삼성전자 부사장급 직책을 맡는 파격적인 대우다. 연봉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아마존 등 선진 AI 업체들을 빠르게 뒤쫓아가기 위해 예전에 없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원하는 인재상은 △끊임없는 열정으로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 △창의와 혁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정직과 바른 행동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인재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단계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코어 프로그램은 전체 임직원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다. 신입사원이 대상이다.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위한 삼성 리더십 프로그램도 있다. 마지막으로 분야별 최고전문가 양성을 지원하는 삼성 엑스퍼티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구개발(R&D), 마케팅, 판매, 서비스 등 8대 직군으로 구분해 글로벌 전문 연구소 등을 포함한 최고의 전문 조직에서 직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도 외부에 전격 개방삼성은 우수한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2009년부터 도입했다.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7월 1일부터는 개발과 사무직 대상으로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2012년부터 사내벤처 조직인 C랩을 설립했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임직원들은 일정 기간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일할 수 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실패를 용인한다. 2015년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도 지원하고 있다. 유망한 프로젝트는 벤처 투자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자본을 투자한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회사로 복귀할 문도 열어놨다.

지난해 10월엔 ‘C랩’을 민간에 개방했다. 삼성전자 외부의 예비 창업가들도 C랩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는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200개의 사내 C랩(C랩 인사이드)과 300개의 외부 스타트업 등 총 500개의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길러낼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 창업 생태계가 다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게 삼성전자 경영진의 판단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