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 엇갈린 與·野 반응…"세기의 만남"vs"객으로 전락"

판문점 회동, 엇갈린 與·野 반응
이해찬 "세기의 만남, 평화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
나경원 "객으로 전락, 회담장 밖에서 대기하는 현실"

판문점 회동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깜짝 판문점 회동을 가진 가운데 이를 두고 여야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세기의 만남이라고 호평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 간 만남에 참여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는 세기의 만남이 이뤄졌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사전합의가 없었음에도 신속하게 회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남북미 정상간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계가 다시 움직였다"면서 "이번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와 북미정상의 결단이 만든 역사적인 일로 (북미 간) 실무협상을 거치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위한 불가역적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고 평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미국의 군 통수권자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DMZ의 MDL을 의미없는 선으로 만들어버린 역사적 사건이라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한반도 평화 조성 국면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먼저 할 일은 국민통합 작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과 북미 협상 재가동과 맞물려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두 정상 간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우려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언급한 것이나 2~3주 내에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핵 협상을 타개할 좋은 신호라 생각한다"며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안보와 국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어제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 간) 회동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황 대표는 "북핵폐기라는 본질적 목표를 이뤄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고집하며 살라미 전술을 펼친다면 실무협상이 열려도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황교안, 나경원 /사진=연합뉴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통미봉남의 고착화가 우려된다"며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客)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문제에 있어서 운전자, 중재자, 촉진자라는 말은 더이상 필요 없다. 주인인 대한민국이 미북회담장 밖에서 대기하는 현실이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혼자 남북 경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고, 회담 장소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만 걸려있었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뤄진 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역할도 존재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남북미 정상이 함께한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북미회담이 진행된 53분 동안 문 대통령은 다른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중심은 북미 간 대화'라며 조연을 자처했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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