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가 먹던 '쫑즈' 파는 곳 있다?
입력
수정
지면A14
뉴스카페지난달 19일 서울 익선동 한옥거리에 문을 연 ‘독닙료리집’. 식당에 들어서자 1930년대 가요 ‘명랑한 양주’가 흘러나왔다. 빵모자에 멜빵 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반겼다. 개화기 때 패션이다. 자리에 앉자 식당 소개부터 한다. “100년 전 독립투사들의 음식을 재현해 판매합니다.”
신한이 문 연 '독닙료리집'
독립투사들 먹던 음식 재현
이곳은 신한금융그룹의 공익법인인 신한희망재단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식당이다. 독립투사들이 먹던 한 끼를 체험하면서 그들의 헌신을 떠올릴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메뉴 하나 하나에 독립투사의 사연을 담았다. 김구 선생이 일본 순사를 피해 다니면서 먹던 대나무 주먹밥 ‘쫑즈’(8000원·사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고기 튀김 ‘꿔바로우’(1만3000원) 등 열 가지다.
독립운동가인 지복영 선생이 즐겨 먹던 중국식 파전병 ‘총유병’(8000원)이 나왔다. 밀가루 반죽에 참기름과 쪽파를 넣고 구운 전병 위에 닭고기 고명을 얹은 음식이다. 쌀가루와 닭고기 등을 대나무 잎에 싸서 찐 쫑즈도 인상적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증언 등을 거쳐 메뉴를 고른 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각종 재료와 소스를 더했다고 한다.
식사 중 직원이 ‘밀서’가 도착했다며 돌돌 만 종이뭉치를 내미는 것도 흥미롭다. 김구 선생의 안경을 손으로 흉내내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리라는 내용. 검은색 두루마기, 빵모자를 쓰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밀서 속 ‘임무’를 수행하니 기념품으로 옛날 사탕을 줬다. 직장인 김진 씨는 “맛있게 식사하면서 의미 있는 추억까지 만들어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닙료리집은 오는 21일까지 운영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