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게임 출시→공매도 급증→주가 폭락…BTS도 못 막은 '신작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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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넷마블 'BTS월드' 출시 후
사흘간 주가 17% 떨어져
증권사 "흥행 기대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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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2500원(11.06%) 하락한 10만5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전 세계에 출시한 뒤 3거래일간 17.28% 급락했다. BTS월드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일부 증권사의 혹평과 함께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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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BTS월드의 하루 매출은 시장 기대치인 20억원에 못 미치는 5억~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차기 신작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조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보다 낮은 10만원을 제시했다. KTB투자증권은 그보다 더 낮은 8만5000원을 적어 냈다. 사실상 손절매(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라는 의미다.게임주 주가가 새 게임 출시를 전후로 급락하는 것은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 마치 바이오주의 신약처럼 새 게임 하나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불안심리가 높아지는 점을 파고든다. 출시 전 기대로 올랐다가 출시 직후엔 급락하고, 이후 실적을 확인한 뒤 상승 흐름을 탄 적이 많았다. 작년 말 넷마블이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출시 이후 하루 만에 11.95% 급락했고 엔씨소프트도 2017년 6월 리니지M 출시 즈음 주가가 11.41% 떨어지는 등 부침을 겪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게임주의 이 같은 패턴을 노려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새 게임 출시 전후로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빌린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는 전략을 통해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넷마블의 하루 공매도 거래금액은 지난달 21일 29억원에서 28일 202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게임 신작 출시는 한몫 잡을 수 있는 이벤트로 여겨진다”며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공매도 급증을 우려해 미리 매도하는 펀드매니저도 많다”고 전했다.개인투자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주식투자 카페에서는 ‘증권사들은 신작 출시 전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만 내놓다가 주가가 급락하면 부정적인 보고서를 쓴다’ ‘공매도 전략을 쉽게 활용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본다’ ‘게임주에 투자하기 두렵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