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미,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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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판문점 회동' 평가문재인 대통령은 2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남북과 북·미 간에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동과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사실상의 ‘종전 선언’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트럼프에 개성공단 경제안보 가치 설명”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전 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고 미국 정상이 특별한 경호 없이 북한 정상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이 ‘정전 서명’에 버금가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사실상 '종전선언' 의미 부여
트럼프에게 개성공단 설명
"상상력으로 역사 진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초소를 방문한 것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대통령이 군복이나 방탄복이 아니라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최전방 GP(경계초소)를 방문한 것은 사상 최초”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에만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상시 거주하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눈앞에 뻔히 보이는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 안보에 가져다주었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DMZ를 방문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충돌이 갖는 위험성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개성공단의 경제·안보적 의미를 설명할 수 있었던 게 이번 판문점 회동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치와 정책에도 상상력이 필요한 때”
이번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트윗 제안’에 김정은이 과감하게 호응해 이뤄진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외교문법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중대한 국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정치 영역의 분발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포함되지만 우리 정치에서 부족한 것이 상상력”이라며 “과거의 정치문법과 정책을 과감히 뛰어넘는 풍부한 상상력의 정치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혁신지향 공공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혁신은 목표가 불분명하면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제품 구매비율 명시와 같이 공공부문의 장려가 보다 선명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김현준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돕는 봉사기관으로 가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