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영웅 경계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조선 시대 괴물 이야기

국학진흥원 웹진 담 '호기심과 두려움 자극하는 괴물' 소개
"괴물과 영웅 경계에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 "
한국국학진흥원이 '괴물과 히어로 경계에서'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7월호를 펴냈다.

조선 시대 일기에 기록한 괴이하고 요사스러운 일, 평범하지 않은 능력이 있는 초인적인 사람들, 흥미로운 괴물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뤘다.

2일 웹진 담 7월호에 따르면 상상 속 괴물(怪物)은 스릴러 영화, 판타지 소설 등에서 사람 호기심과 두려움을 더욱 자극한다. 괴물은 괴상하게 생긴 물체를 뜻하지만 괴상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남달리 뛰어난 역량이 있는 사람을 빗대서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논어에 나오는 공자 가르침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은 논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유교적 도리다.

그런데도 괴력난신 기록은 조선 시대 선현들 일기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는 개인으로 볼 때 일기라는 기록이 매우 사적이고 개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으로 보면 국난이 끊이지 않는 불길한 시대를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운이 크게 기운 1904년 8월 박주대(朴周大)는 일기 저상일월(渚上日月)에 생김이 흡사 괴물 같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아이를 적었다. 용 머리와 이리 몸을 가진 괴물 같은 아이가 어머니를 물어 죽이려는 데 위협을 느낀 아버지는 그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었다.

아이를 다시 땅에 묻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안동에 있는데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저상일월은 함양 박씨(咸陽 朴氏) 6대 한문초서 일기로 1834년(순조 34)부터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까지를 기록했다.

박주대는 일기 쓰기 원칙을 지정해 서문에 썼다.

날씨, 작황, 손님 출입, 경작과 수확, 길흉과 이변, 동네에서 벌어진 일, 세상 소문 등 아무리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직접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적으라고 당부했다.

이런 원칙 때문인지 박주대는 의성에서 들려온 기이한 괴물 이야기를 저상일월에 기록하며 나라가 흉흉하니 요사스러운 소문이 난다고 했다.

기울어가는 국운은 세상 곳곳에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드러냈고, 그 두려움은 괴물인지 영웅인지 모르는 기이한 아이 탄생담이 되었다.

박주대 일기에 괴물 아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으나 이를 발휘하기도 전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아기 장수를 떠올리게 한다.

강선일은 '괴물인가 영웅인가, 한국형 히어로물 서사를 담은 아기 장수'라는 글에서 그 전설을 조망한다.

시대를 고발하고 종식할 염원을 안고 태어난 아기 장수에게 사람들은 경외와 경계란 이중 감정을 품는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아기 장수는 염원 대상인 영웅이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퇴치 대상인 괴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곽재식 작가는 한국 괴물 퇴치 탐구라는 글에서 "괴물은 처음부터 퇴치해야 하는 대상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우리 이야기 속에서 괴물을 퇴치 대상으로 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한다.

고구려와 신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황룡이나 계룡과 같은 존재는 이야기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의 신비로움을 도와주는 동료다.

이들이 퇴치 대상이 된 것은 불교, 유교, 성리학과 같은 종교와 이념이 영향을 끼친 뒤다.

이처럼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 것을 선비 도리로 삼던 조선 시대 선현들이 일기에 기이한 이야기들을 남겼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롭다. 국학진흥원은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 조선 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창작 소재 4천872건을 구축해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