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카센타] 뉴 7시리즈 시승날 불난 BMW…화차(火車)에 휩싸인 신차(新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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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7시리즈 시승행사날 7시리즈 화재 사고브랜드에 대해 갖는 전체적인 인상. '브랜드 이미지'는 한번 추락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브랜드를 믿고 지갑을 연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는데도, 해당 기업이 후속조치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면 더 그렇다. 이 경우 문제를 일으킨 A 제품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B, C 제품으로 불신은 퍼진다. 요즘 BMW가 이렇다.
'풀체인지'급 부분변경에도 '불체인지' 오명
이미지 추락 방지 골든 타임 스스로 저버려
BMW, 화재 차량 고객에 사과 보상 전무
신차 대거 출시…화차 이미지 벗을지 의문
현재 BMW가 판매하는 520d는 물론 다른 모델들도 화재와 관련없다. 그러나 이미지란게 참 무섭다. BMW가 아무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더라도 과소평가되고 조롱받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는 BMW의 플래그십(기함) '뉴 7시리즈'에서 감지됐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26, 27일 양일간 미디어를 대상으로 뉴 7시리즈 시승 행사를 가졌다. 뉴 7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풀체인지급 변화로 주목받았다. 경쟁 모델인 벤츠 S클래스를 잡는데 부족함이 없는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시승 기사가 쏟아지면서 뉴 7시리즈에는 제품 경쟁력과 별개로 화차(火車)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온라인 상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풀체인지를 '불체인지', 혹은 '불차'로 비꼬았다. 공교롭게도 시승 행사가 열린 26일,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7 시리즈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잇따른 엔진 화재로부터 BMW의 추락은 시작됐다. 불이 난 520d는 BMW 차량 화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그 해 5, 6월만 해도 각각 1239대, 963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링 1, 2위 모델이다. 그러나 화재 사고가 이어지고 리콜이 공식 발표됐던 7월에는 전월 대비 45.7%나 감소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8월에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BMW는 이 지점에서 화재 이슈를 정리할 수 있었다. 신속한 보상과 정확한 원인규명으로 불신의 싹수를 자를 수 있었다. 일시적 판매 감소로 끝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BMW는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스스로 버렸다. '화차' 이미지는 이 때 굳어졌다.그 해 8월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후 국토부 민간합동 조사에선 BMW가 화재 위험을 미리 알고도 은폐·축소에 급급하다가 늑장 리콜을 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앞서 2015년 독일 본사에서도 설계상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냉각기 균열로 인한 화재 우려가 제기돼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자사 이미지 손상과 판매 감소라는 현실적 피해를 막기 위해 고객들의 재산과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BMW 화재로 인해 차주들이 받았던 피해에 대한 사과와 보상안은 지금까지도 전무하다. 피해 차주들은 기약 없는 보상에 분통을 터트린다. 이들은 BMW 측이 리콜만 외치고 사고 원인이나 보상 방안에 대해선 설명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BMW 차량의 화재 위험을 차치하더라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선뜻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BMW는 반등을 노린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1위를 되찾겠다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상대가 강하다기보다 본인이 너무 약한 꼴이다. BMW의 지난해 판매량은 5만524대로 1위 메르세데스-벤츠(7만798)와 2만대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올 5월까지 누적 판매 1만467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7%(3만372대)나 줄었고, 매달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벤츠 역시 올해 누적 판매가 3만48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줄었지만, 유독 BMW의 감소 폭이 큰 이유는 이미지 추락과 무관치 않다.
BMW 코리아는 상반기 6종에 이어 올 하반기 신차 7종 출격을 앞두고 있다. 역대 한 해 최대 규모의 신차 출시다. 쏟아지는 신차(新車)가 소비자의 뇌리에 남은 화차를 지울 수 있을지 또는 화차에 가려질지 BMW의 하반기가 궁금해진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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