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앞바다 군사훈련 공개한 중국…"사태 악화 땐 개입 경고"

홍콩 향해가는 듯한 군함에 무장병력 탑승 사진도 공개
中정부, 1일 입법회 점거 시위 계기로 강경 선회 조짐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의회) 점거 시위가 큰 파문을 일으킨 미묘한 시점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앞바다에서 군함과 헬기, 총기 등을 동원해 진행한 훈련 장면을 공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향후 홍콩 시위사태가 악화할 경우 사회 안정 유지를 명분 삼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지난 2일 오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가 홍콩 해역에서 육해공 합동 긴급 출동 및 대응 훈련을 했다면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인민해방군은 홍콩섬 바로 앞바다에서 군함, 헬리콥터,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작전 지점'에 투입하는 훈련을 진행했다.이 중 한 사진은 뱃머리에 무장한 군인들이 도열해 있는 배가 빌딩 숲을 이룬 홍콩섬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홍콩섬으로 돌진하는 듯한 인상을 줘 눈길을 끈다.

다른 사진들에서도 총을 든 군인들의 배경에 홍콩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해방군보는 훈련이 지난달 26일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홍콩 현지에서는 지난달 비공개로 실시됐던 훈련이 공교롭게도 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 발생 직후인 2일 공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중국이 노골적인 무력 사용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국립대학의 중국 연구자인 애덤 니는 이 신문에 "홍콩이 (스스로) 사회적 긴장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선명한 궁극적 메시지"라고 지적했다.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따라 홍콩 경찰에 의해 치안을 유지한다.

하지만 홍콩에 군부대를 상주시키고 있는 중국은 홍콩 스스로 사회 안정 유지가 불가능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의 일부'인 홍콩에 인민해방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는 홍콩 시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와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가 국제사회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홍콩 시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fact***'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인터넷에 "우리에게 탱크를 몰고 와 봐라. 그것이 베이징이 모두에게 답하는 길이다.

홍콩이 또 다른 톈안먼이 될 것인가? 당신들은 200만명을 살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입법회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기존의 유화적인 태도에서 돌변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흐름을 예사롭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캐리 람 장관이 법안 추진을 중단하는 사태로 이어졌는데도 예상과 달리 '홍콩인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며 애써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시위대가 홍콩반환 기념일인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폭력 분자'들을 규탄하면서 홍콩 정부에 강력한 처벌을 사실상 주문하고 나서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콩의 '반송중(反送中·송환법 반대)' 진영 내부에서도 물리력을 동원한 이번 입법회 점거 사건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람 행정장관 측에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 명분을 제공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홍콩 문제가 타국이 간섭할 수 없는 '내정 문제'라는 주장을 부쩍 강조하며 복선을 깔고 있다.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전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을 겨냥해 "관련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에 대해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면서 "중국의 주권 안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