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실 수두룩했던 삼청동, '블루보틀'로 살아날까

블루보틀 두 번째 매장 삼청점, 5일 개장 예정
1호점 성수동 일대 부동산 시장 활기
매매가 하락·공실 급증했던 삼청동 "일단 지켜보자"
오는 5일 문을 열 예정인 '블루보틀' 2호점인 삼청점. (자료 블루보틀코리아)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이 오는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2호점인 삼청점을 낸다. 강북의 대표적인 상권에서 공실이 넘치는 유령골목으로 추락한 삼청동이 다시 부활할지 주목된다.

미국 블루보틀은 지난 5월초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열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족히 1시간은 걸리는 대기시간에도 불구하고 성수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블루보틀이 자리잡은 뚝섬역 사거리 일대의 부동산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스세권'에서 '블세권'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스세권은 스타벅스와 역세권의 합성어다. 스타벅스가 건물에 입점하면 해당 건물은 물론 인근 점포의 매출이 동반 증가하고 시세가 상승하는 효과를 비유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블세권'도 블루보틀이 들어서면서 주변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실제 성수동 일대는 블루보틀이 문을 연지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블세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블세권 효과, 성수역→뚝섬역으로 성수동 상권 이동

신동성 원빌딩부동중개 수석팀장은 "성수동 상권은 예상보다 넓게 분포되어 있고, 4~5년 전부터는 성수동에서 2호선 성수역 일대가 최고의 상권이었다"면서도 "최근 뚝섬역 1번 출구 앞에 블루보틀이 문을 열면서 성수동 상권의 중심이 성수역에서 뚝섬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인 성수점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방문객들(자료 한경DB)
성수역 인근은 대림창고와 레이어57 등에서 진행하는 각종 패션쇼와 오프닝 전시 행사들이 성황을 이뤘다. 성수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공업지대 분위기가 풍겼다. 오래된 창고들이 자연스럽게 대기업 대관문의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성수역 주변으로는 패션 관련 업종들이 몰려들게 됐다. 수제화 관련 점포들이 고급스럽게 변했고 낡고 오래된 인테리어는 최신 유행을 타는 점포로 변했다. 뚝섬역은 부동산투자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끄는 지역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블루보틀 효과로 뚝섬역 일대가 새로 떠오르는 상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블루보틀이 입점한 건물 소유주는 디자이너 지춘희씨로 지컬렉션 법인에서 소유하고 있다. 4층은 지컬렉션에서 직영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블루보틀은 보증금 4억원과 임대료는 '0원'에 임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 월 매출에 따른 일부 수수료율은 임대인에게 지급되곤 한다. 이는 스타벅스가 건물주와 계약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임대료는 0원이지만, 커피 한잔에 10~12%의 수수료를 붙이는 방식이다.

블루보틀 주변에서 유명인들은 이미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가수 지코와 배우 김민준이 비교적 저평가됐을 당시 발빠르게 구입했다. 이들의 빌딩은 더욱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신 팀장의 얘기다.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점의 위치도와 유명인들이 보유한 건물들(자료 원빌딩부동산중개)
물론 성수동 일대는 2호선 고가철도와 교통 혼잡 등의 단점은 있다. 이는 상권 확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양날의 칼인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주변에 입점을 제안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점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다.

◆공실 넘치는 삼청동, 건물가치 하락

성수동의 사례를 감안할 때 삼청동 또한 다시금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가 부동산 업계에서의 관심사다. 블루보틀 삼청점은 성수점과 마찬가지로 상권의 한복판이 아닌 치우친 끝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중심상권이 이동하는 효과를 낳을지, 상권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올지가 관점 포인트다.최근 거래된 사례를 보면 아직까지 블루보틀 효과는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부동산중개 플랫폼인 밸류맵에 따르면 블루보틀이 들어서는 소격동에서 지난 4월 연면적 128.9㎡의 건물이 21억원에 거래됐다. 원주인이 2009년 14억원에 사서 21억원에 팔았지만, 최근 거래된 내역을 살펴보면 시세가 많이 하락한 수준이다.

이 건물은 토지면적당 단가로는 3.3㎡당 약 5400만원에 거래됐다. 주변에는 2015년 11월에 거래된 건물은 3.3㎡당 7700만원으로 30억원에 팔린 건물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3년6개월여만에 소격동 일대의 시세는 30% 가량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삼청동 일대에 넘치고 있는 공실상가들(자료 한경DB)
삼청동 또한 상권이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히 쇠퇴했다. 삼청동은 소위 뜨기 시작하면서 건물의 손바뀜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떠오르면서 각종 프랜차이즈들이 삼청동을 찾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직접 건물을 통째로 사기도 했고, 바뀐 건물주들이 부른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겠다는 임차인들이 넘쳤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높아져버린 임대료에 기존 상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공실이 넘쳐나면서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의 대표적인 지역이 됐다.

이러한 와중에 블루보틀이 삼청동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식 상권분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신동성 원빌딩부동중개 수석팀장은 "블루보틀의 성수점과 삼청점의 공통점을 보면 획일화된 한국식의 상권분석을 했다기 보다는 백지상태로 그 지역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껴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심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블루보틀이 그 지역의 중심이 되는 식의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블루보틀이 입점하는 건물도 1호점과 마찬가지로 유명인의 건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씨 소유다. 이 건물과 토지의 당시 매입가는 94억34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일대의 지가 하락을 감안하면 이 건물 또한 가치가 내려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블루보틀은 지난해 9월 이 건물과 토지에 6억5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 곳 또한 성수점과 마찬가지로 임대료 0원의 계약을 했을 공산이 크다. 보증금은 5억~6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점의 내부(자료 한경DB)
블루보틀의 입지는 맞은 편에 현대미술관, 좌측으로는 경복궁 돌담이 있다. 동측으로는 정독도서관에서 이어지는 북촌한옥마을 입구가 있다. 북측으로는 삼청동으로 진입하기 위해 블루보틀의 옆길을 지나야만 한다. 안국역에서 풍문여고길로 이어지는 길도 있다. 미슐랭스타를 받은 한식집과 같은 길에 있는데다 북악산 전망도 가능하다. 차량이 진입가능한 도로도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블루보틀은 과거 삼청동을 아는 부동산 투자자라면 꼭 매입하고 싶은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면서도 "공실이 많은 안쪽의 삼청동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블루보틀의 효과가 확대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