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사건, 軍 총체적 부실 드러내…"감시장비·보고체계 보완"

합참의장, 해경 첫 상황보고 21분 후 인지…보고체계 엉망
육군 23사단도 지휘부 보고 누락…해상경계에 무인기 등 가용자산 총동원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정박 사건을 조사한 결과, 군의 해안 경계·감시 및 보고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노후 경계작전 감시장비를 신형으로 조기 교체하고, 군의 상황보고 대응체계를 대폭 보완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 합참의장, 해경 첫 상황보고 21분 후 인지…23사단도 지휘부 보고누락
3일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한기 합참의장은 북한 소형 목선이 지난달 15일 삼척항에 접안할 당시 해경의 첫 상황보고가 전파된 지 21분 후에야 보고를 받았다.

북한 선박이 군·경 감시망을 뚫고 항구에 진입해 민간인 신고로 처음 알려진 이후에도 군의 평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은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합참은 15일 오전 7시 15분 해군 1함대에서 상황을 접수해 오전 7시 17분 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고, 7시 30분에 박 의장에게 보고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오전 7시 38분에 보고를 받았다.

앞서 해경이 오전 7시 9분에 첫 상황보고를 합참지휘통제실 등에 전파했고, 결과적으로 박 의장은 21분 후에 알게 된 것이다. 특히 해경 상황보고서(1·2·3보)는 팩스로 합참에 전파됐는데 합참 팩스 수신실은 1보는 수신 후 23분, 2보는 2시간 27분, 3보는 18분이 지난 이후 지휘통제실에 전달했다.

해경은 주요 수단으로 팩스를 이용해 상황을 전파하는데, 군은 팩스를 일반문서를 받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지연 전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들어 해상에서 북한어선 조치 상황이 60여건이 넘는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지연 사례가 속출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역 통합방위작전 책임이 있는 육군 23사단의 보고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23사단 당직자는 오전 7시 15분에 최초 상황을 1함대로부터 접수하고, 휴가 중인 사단장의 직무대리인 행정 부사단장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대량문자전송서비스(크로샷) 및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이용하지 않고, 7시 22분에 해안대대에 관련 상황을 전화통화로 전파했다.

해안대대는 오전 7시 25분 화상회의(VTC)시스템으로 모든 소초에 전파했고, 사단으로부터 소초까지 전파되는 데는 10분이 소요됐다.

근처 소초 초동 조치부대는 7시 25분에 상황을 접수하고 7시 35분에 소초를 출발해 3.5㎞ 떨어진 현장에는 7시 45분에 도착했다.

23사단 초동 조치부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소초가 상황을 접수한 기준으로는 20분, 사단을 기준으로는 30분이 소요됐다.

1함대 통신실은 오전 7시에 함대 지휘통제실에 전달했는데 15분 후에서야 합참에 보고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에서 보고체계는 목숨처럼 중요하다"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보고체계가 누락되거나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런 책임을 물어 박한기 합참의장,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박기경 해군작전사령관 등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하고, 이진성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이계철 23사단장과 김명수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23사단장은 정식 휴가서를 내고 휴가를 떠났다.

군 관계자들은 휴가를 낸 지휘관을 문책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주·야간 감시 열상감시장비(TOD) 효율적 운용 못해…감시공백 초래
이번 국방부 합동조사에서는 8군단에서 열상감시장비(TOD)를 운용하고 있는데도 먼바다 만을 주시하느라 정작 해안으로 접근하는 북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야간 감시 성능이 우수한 TOD가 배치되어 있음에도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감시 공백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TOD는 지난 5월에 하달된 8군단 경계작전지침에 따라 주간에는 운용하지 않고 야간에만 운용했다.

야간에도 2017년 11월에 하달된 8군단 해안 감시 장비 최적화 운용지침에 따라 해상을 감시하지 않고 삼척항 인근 지역의 수제선(해안과 바다가 만나는 선)을 집중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북한 소형 목선이 해상에서 대기 및 이동하던 야간에는 TOD가 수제선 지역을 집중 감시하고 있었고, 삼척항으로 이동하던 시간에는 TOD를 운용하지 않았다"면서 "해안경계작전은 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에 포착된 소형 목선을 주의 깊게 식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6월 14일 20시 06분부터 북한 소형 목선으로 추정되는 의심 표적이 레이더에 포착되었으나, 운용 요원은 이를 해면 반사파로 오인하여 식별하지 못했다"며 "레이더에서 식별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레이다 운용 요원에 대한 전문화 교육 및 상황 조치 훈련 등이 부족했던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해상감시 UAV 등 투입…노후 장비 조기교체 추진
국방부는 이번 목선 사건과 같은 경계감시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완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해상경계 작전 부문에서는 함정, 항공초계기, 해상작전 헬기, 해상감시 UAV(무인기) 등 현재 동원 가능한 전력을 최대한 최적화 운용해 NLL(북방한계선) 일대 및 연안에 대한 기동탐색을 강화할 계획이다.

통합방위 개념 아래 해군과 해경·해양수산부 전력의 상호보완적 운용체계를 강화해 작전 운용시간, 작전구역, 전력투입 규모 등을 긴밀히 협조해 작전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안 경계 작전은 현재 진행 중인 국방개혁2.0의 인력운영체계 개선과 연계해 간부 및 운용 요원을 보강해 24시간 최상의 작전 임무 수행 여건을 보장할 계획이다.

레이더 요원들에 대한 전문화 교육체계 개선 및 실효적 훈련도 강화된다.

감시 공백 최소화를 위해 감시 장비를 전환 운용하고, 노후 TOD·해안 감시레이더 등 감시 장비를 신형 장비로 조기에 교체하고 TOD와 지능형 영상장비(IVS)의 운영 개념을 보완할 계획이다.

보고체계 허점 보완과 관련해서는 유관기관에서 접수된 대북 관련 사항은 군 긴급 상황보고 목록에 추가해 신속·정확하게 보고토록 하고, 주기적인 불시 상황보고 및 전파훈련을 강화할 예정이다.

통합방위 차원에서 각 군과 해경·경찰 상호간 상황전파 및 정보공유 조항을 신설하는 통합방위지침(제13조)도 개정된다.

아울러 유관기관 간 MOU(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부대별 실무협의체 운영 및 다중 상황전파체계를 정립하고 주기적인 훈련을 통해 상시 가동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청와대 안보실에서는 소형 목선 상황 조치 간에 식별된 문제점을 반영해 관련 매뉴얼을 보완할 예정이며, 적시적인 상황공유 및 전파를 위한 부처 간 협업체계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