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 또 내린 정부…전문가 "만만치 않은 목표"(종합)

미중 무역갈등·투자 부진·더딘 반도체 회복세 0.2%포인트 내려
추경지연·무역갈등 재점화 땐 하락 우려…日 수출규제도 변수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재차 낮췄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1년 전에 비해 0.3∼0.4%포인트 하향 조정됐지만,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주변국과의 무역갈등이 깊어진다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투자은행(IB)과 민간 연구기관 중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2% 초반으로 보는 곳이 많다.

심지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정책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정부의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8% → 2.6∼2.7% → 2.4∼2.5%'…계속 내려가는 올해 성장률 전망
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4∼2.5%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지만, 5개월 만에 2.6∼2.7%로 내린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낮춰 잡았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2.6∼2.7%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때부터 정부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닌 의지가 반영된 숫자"라며 목표치에 가까운 개념으로 소개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수출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전망률 하향 여부보다는 하향 폭이 얼마나 되겠는가에 쏠려있었다.
정부는 성장률 하향 결정이 주로 대외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였다.

미국과 중국이 긴 무역협상 끝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관세 폭탄을 매기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까스로 협상이 재개됐지만 언제든지 결렬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인 반도체의 회복세도 더딘 상황이다.

미국의 화웨이(華爲) 거래제한 조치로 PC용 D램 가격은 6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3분기에도 두 자릿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한국 수출은 지난 6월 13.5% 감소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했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심화한 것을 반영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했으나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있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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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투자 반드시 살아나야…세제지원 틀 한시적 보강" / 연합뉴스 (Yonhapnews)

◇ 추경·日수출제한·미중 무역협상 관건…민간·IB 전망은 더 비관적
하반기 추경 집행 시기와 세계교역 상황, 수출 여건 등에 따라 성장률이 전망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집행 일정이 관건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추경이 집행된다는 전제하에 성장률 전망을 한 상태다.

그러나 통과 시점이 다음달로 미뤄지게 되면 추경 집행시기도 지연되면서 성장률에 악영향을 준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도 추경이 늦어지면 성장률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월 수출동향과 5월 산업활동동향 등 가장 최근까지의 상황과 정책효과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이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는 지난 1일 발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차 결렬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문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까지 험로가 남아있어 한국의 수출 상황이 하반기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민간·국책연구소와 투자은행(IB),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았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2.3%로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은 2.6%에서 2.4%로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2%에서 2.0%로 조정해 국내 주요 연구원 중에서 가장 비관적인 편이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지난 4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8%로 내렸고, 골드만삭스는 2.3%에서 2.1%, 피치는 2.5%에서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5대 시중은행도 일제히 전망치를 0.2∼0.3%포인트씩 내렸다.

신한·우리은행은 2.4%, 국민·하나은행은 2.2%로 예상했다.

농협은행은 2.3∼2.4%로 제시했다.
◇ 전문가 "전망치 달성 만만치 않다"…"하반기 경제활력 제고 시급"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2.4∼2.5%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면서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만만한 목표치는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과 의지를 다 포함해서 내놓은 것이라 달성 가능한 범위에는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성장률 예측치라기보다는 목표치라는 느낌이 든다"며 "현재 노동시장 경직성 탓에 투자가 부진한 측면이 있고 일본 수출규제로 금융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반응할 우려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5%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는 추경 집행과 모든 경제활력 정책이 적시에 잘 이뤄졌을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올해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KDI가 경제전문가 3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3.1%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역점을 '경제활력 제고'에 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활력 제고 우선 과제로는 투자 활력 제고(65.8%), 소비 활성화(11.5%), 지역경제 활성화(10.9%) 등이 꼽혔다.

대내외 리스크 관리 과제로는 절반 이상인 55.6%가 미중 통상마찰에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산업 구조조정 대응(19.2%)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5.8%, 신산업 지원에 나서달라는 비율이 20.8%, 4차산업혁명 인재 육성이 19.5%였다.

주관식 조사에서는 전문가들이 기업, 투자, 활성화, 규제 등의 키워드를 여러번 언급했다.

일반국민 1천명은 같은 설문조사에서 경제활력제고(26.9%)와 인구구조 등 미래사회 대비(23.0%)의 필요성을 엇비슷하게 강조했다. 경제활력을 키우려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