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 '必환경 제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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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바람 타고중소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환경친화적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기업 이미지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기업 이미지도 좋아져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 반응도 좋다. 마케팅업계에선 환경을 생각하면 좋은 것이라는 친(親)환경 소비를 넘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필(必)환경’ 소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페트병 재활용한 섬유 상용화
의류제조 기업인 태평양물산은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활용한 의류 충전재인 ‘신클라우드’를 선보였다. 패딩 등 의류의 보온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충전재다. 신클라우드 1㎏을 만드는 데는 1L들이 페트병 25개가 재활용된다. 생산과정에서 자원 소모량도 줄였다. 기존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생산할 때보다 물 기름 전기 등 자원 소모량이 30% 적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신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1.5배 늘었다”며 “일부 해외 브랜드는 환경친화적인 기업에만 의류를 발주하는 등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플리츠마마 역시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제품을 생산한다. 플리츠마마의 대표 상품인 니트 플리츠 가방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인 ‘리젠’으로 제작한다. 버려진 페트병을 잘게 쪼개 가로세로 1㎜ 크기까지 자르고 여기에서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을 추출해낸다. 플리츠마마의 니트 플리츠 가방 한 개에는 500mL 페트병 16개에서 추출한 실이 사용된다. 가방을 배송하는 포장용기도 환경친화적으로 바꿨다. 일반 택배에서 사용하는 박스나 비닐봉지 대신 자동차 범퍼 등을 포장할 때 쓰는 자가접착 완충포장지를 사용한다. 한 겹만으로 포장할 수 있어 쓰레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노렸다.플라스틱 대체한 ‘착한소비’ 유행
플라스틱 제품이 나무 등 분해가 빠른 친환경 소재로 대체되는 추세다. 컴버전스가 수입해 판매하는 ‘험블브러쉬’는 기존 칫솔의 플라스틱 부분을 대나무로 바꿨다. 험블브러쉬는 2013년 스웨덴 치과의사가 만든 구강전문 브랜드다. 매년 세계에서 플라스틱 칫솔 36억 개가 버려지는 데 이를 줄이기 위한 제품이다. 이혜영 컴버전스 대표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며 “별다른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2년 동안 국내에서 50만 개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처럼 여러 차례 쓸 수 있는 빨대나 분해가 가능한 일회용 빨대도 인기를 끌고 있다. 꽃신을 제작하는 연지곤지는 쌀 빨대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쌀과 점성을 높여주는 타피오카(구황식물인 카사바의 뿌리로 만든 전분)를 활용해 빨대를 만들었다. 사용감은 플라스틱과 거의 비슷하지만 먹어 없애거나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제품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전문기업 에코매스가 내놓은 ‘슈가랩’ 빨대도 플라스틱 제품과 비슷한 사용감을 유지하면서도 분해가 빠른 제품이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로 만든 플라스틱이 원재료다.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 스타트업도 있다. 친환경 용기 솔루션 업체인 이너보틀은 화장품용 실리콘 용기 ‘이너셀’을 개발했다. 기존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용기 안에 남은 화장품을 씻어내려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유분이 많아 잘 씻기지도 않았다. 때문에 세척보다는 폐기되는 화장품 용기가 많았다.
이너셀은 기존 화장품 용기 안에 별도로 실리콘 파우치를 넣었다. 화장품을 쓸수록 파우치가 쪼그라들어 끝까지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와 화장품이 직접 닿지 않아 세척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