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기침체 경고음 요란한데 정책 미세조정으로 될 일인가

정부가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낮췄다. 직전 전망치(작년 12월)보다 0.2%포인트 낮은 것이다. 경상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도 3.9%에서 3.0%로, 민간소비는 2.7%에서 2.4%로 끌어내렸다. 소폭 증가를 예상했던 설비투자(1.0%→-4.0%)와 수출(3.1%→-5.0%)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정부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경기침체 경고음은 정부 밖에서도 요란하게 들린다.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들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은 어제 “5년 내 구조개편을 하지 못하면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연구소들의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와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발표된 이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2.6%에서 1.8%로 내렸고, ING그룹은 1.5%로 대폭 낮췄다.이런 점을 인식했는지 어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이라며 몇 가지 투자 및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대책은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특단’으로 여길 만한 효과적인 정책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와 정책금융 지원 등 한시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얼어붙은 투자를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직화된 노동시장, 최저임금 급속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입지·진입규제 등 근본 원인을 손보지 않고는 성장과 고용의 근원인 기업 투자를 살릴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조한 재정확대와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집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고조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경제 체력을 튼튼히 길러야 한다. 지금 위기는 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책임이 있는 기존 정책의 틀은 그대로 둔 채 미세 조정에만 그친다면 자칫 경제 침체의 골만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