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문화재연구원 장학사업 추진…노조 "독단적" 반발

이사회, 문화재청에 기본재산 25억원 정관변경 허가 신청
노조 "일언반구 언급 없었다…특정 대학·학회 지원 안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재단법인 영남문화재연구원(이하 영문연) 이사회가 기본재산 25억원을 활용한 장학사업을 추진하자 노조가 의문스럽고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영문연 노조는 3일 '독단적 장학사업 추진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성명서'를 내고 "장학사업 추진 목적과 방향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이사회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학사업이 처음 논의된 1월 31일 이사회 회의 이후 이사장 주재 간담회가 열린 6월 20일까지 우리에게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며 "영문연이 이사회 전유물이 아님에도 기본재산 변경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사회가 5월 31일 회의에서 장학사업 재원을 결정했고, 6월 10일 문화재청에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직원은 이사회 첫 논의 이후 넉 달 넘게 이 사안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연은 문화유산 보존과 보호, 조사, 연구, 관리, 활용을 통해 민족문화를 선양하고 창조적으로 개발한다는 목적에 따라 1994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백규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이사장이며, 이사는 대부분 대학교수다. 노조는 성명에서 장학기금이 특정 대학이나 학회로 흘러갈 것을 걱정하면서 "장학사업 핵심이 '대학발전기금 기탁'인데, 영문연이 직접 기준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주는 장학금과 특정 대학에 기금을 기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5억원을 기간을 나눠 사용하지 않고 한 번에 쓰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이사회가 생각하는 장학사업이 연구원 설립 목적과 장기 발전을 위한 최선의 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발굴기관이 이사회 소유물이 아님에도 직원 동의 없이 장학사업을 추진했다는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학사업 기금이 일부 이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이 될지 모른다는 문화재계 소문을 우려해 성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장학사업이라는 명칭은 충분히 공익적이지만, 25억원은 영문연 직원이 3년간 받을 급여 총액과 맞먹는다"며 "지난해에 적자가 나서 매년 주던 특별상여금도 지급하지 않은 이사회가 갑자기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발굴기관 관계자는 "영문연 이사회가 경북 지역 고고학 관련 학과와 영문연에 기여한 학회에만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며 "발굴기관 중에 영문연처럼 한 번에 장학 명목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없어 많은 조사자가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문연 이사 중 한 명은 "영문연 설립과 발전에 기여한 대학과 학회를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검토하자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장학기금 규모와 용도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특정 대학과 학회를 지원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많은 발굴기관이 학술 진흥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데, 장학사업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직원 복지와 권익에도 신경을 쓰면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영문연 장학사업이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관변경 허가 신청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장학사업 세부 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영문연에 요청한 상태"라며 "자료가 오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