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집중해야 하는데"…'011 사수' 2G 충성고객에 난감한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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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
20여년 전 SK텔레콤을 업계 1위로 밀어올린 '번호의 자부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연내 종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011' 등 기존 번호를 유지하려는 고객들의 소송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2G 서비스를 접고 5G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SKT와 '011' 번호를 사수하려는 소비자, '010 번호 통합'을 주문하는 정부의 엇박자인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T에서 2G 서비스를 이용 중인 660여명의 고객은 지난달 SKT 상대로 '이동전화 번호의 번호이동 청구 소송'을 냈다. 기존에 사용하는 01X 번호 그대로 3~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골자다.
◆ 01X 이용자들 SKT에 집단소송 "2G 종료 반대"01X 번호는 011·016·017·018·019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칭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010 번호 통합 정책'을 시행해 01X 번호 신규 가입을 중단시켰다.
대다수 이용자가 010 번호로 변경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SKT 이용자 43만명, LG유플러스 이용자 9만명은 01X 번호 그대로 2G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최소 16년간 통신사 변경 없이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 충성고객들이 이동통신사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SKT가 올해 말을 목표로 2G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01X 번호 유지도 불가능하다.01X 이용자들은 포털 네이버에 '010통합반대본부'라는 카페를 만들고 010 번호 통합 정책과 SKT의 2G 서비스 종료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본부를 이끄는 박상보 매니저는 최근 카페 공지문을 통해 "SKT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회원들로 대표원고와 소송당사자를 구성해 2차 민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2G 서비스 종료 시엔 집행중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 SKT, 2021년 6월 2G 주파수 반납해야
SKT는 2021년 6월까지 2G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2G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주파수를 다시 할당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매년 2000억원씩 전파 사용료를 내야 한다.주파수 사용료 문제 외에도 2G 가입자 감소,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2G 단말기, 2G 장비 노후화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을 고려하면 2G 서비스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비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기지국, 중계기 등 2G 관련 장비·부품은 2010년 이후 생산이 중단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여년 전 대량 구입해둔 예비부품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소진돼 베트남으로 2G 부품을 구하러 가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이통사의 전체 2G 가입자 수는 140만명. 이중 SKT의 2G 가입 고객 수는 72만명, LG유플러스는 64만명이다. 두 회사의 2G 가입자 수가 비슷하지만 01X 번호가 많은 SKT가 특히 '2G 서비스 일몰'에 속앓이하고 있다.
KT는 앞선 2012년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KT도 애를 먹었다. 2011년 3월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발표한 후 세 차례 종료 일정을 미룬 끝에 이듬해 1월 서비스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2G 가입자 수를 KT 전체 가입자 수의 1%인 16만명으로 줄인 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서비스 종료를 승인받았다"며 "SKT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연내 전체 가입자의 1%인 27만명 수준으로 2G 가입자를 줄여야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 "서비스 전환 지원 최선…5G 고도화 집중"
SKT는 2G 고객들의 망 이동을 위해 여러 고육책을 내놨다. △단말 구매 지원금 30만원 제공 및 24개월간 매월 요금 1만원 할인 △24개월간 매월 사용 요금제 70% 할인 혜택 중 택일할 수 있게끔 했다.
각종 결합할인과 장기고객 혜택은 그대로 제공한다.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타 통신사로 전환할 때도 4만원의 해지 지원금을 준다.
2021년 6월까지는 01X 번호도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가 마련한 '01X 한시적 세대간 번호이동' 제도를 활용하면 01X 번호 그대로 3G, 4G(LTE),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상대방 휴대전화에 기존 번호가 표시되는 '번호 표시 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SKT는 2G 서비스 종료 후 이 주파수를 LTE로 전환할 계획이다. 트래픽 폭주 중인 LTE에 주파수를 늘리면 기존 대비 6500배 이상의 트래픽을 추가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SKT는 '5G-LTE 결합기술'을 이용해 5G를 서비스하고 있어 LTE 망이 늘면 5G 속도도 빨라진다.SKT 관계자는 "SKT가 국내에서 2G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해 23년간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왔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급변으로 이제는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며 "2G 서비스 종료를 계기로 5G 시대에 차별화된 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0여년 전 SK텔레콤을 업계 1위로 밀어올린 '번호의 자부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연내 종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011' 등 기존 번호를 유지하려는 고객들의 소송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2G 서비스를 접고 5G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SKT와 '011' 번호를 사수하려는 소비자, '010 번호 통합'을 주문하는 정부의 엇박자인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T에서 2G 서비스를 이용 중인 660여명의 고객은 지난달 SKT 상대로 '이동전화 번호의 번호이동 청구 소송'을 냈다. 기존에 사용하는 01X 번호 그대로 3~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골자다.
◆ 01X 이용자들 SKT에 집단소송 "2G 종료 반대"01X 번호는 011·016·017·018·019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칭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010 번호 통합 정책'을 시행해 01X 번호 신규 가입을 중단시켰다.
대다수 이용자가 010 번호로 변경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SKT 이용자 43만명, LG유플러스 이용자 9만명은 01X 번호 그대로 2G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최소 16년간 통신사 변경 없이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 충성고객들이 이동통신사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SKT가 올해 말을 목표로 2G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01X 번호 유지도 불가능하다.01X 이용자들은 포털 네이버에 '010통합반대본부'라는 카페를 만들고 010 번호 통합 정책과 SKT의 2G 서비스 종료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본부를 이끄는 박상보 매니저는 최근 카페 공지문을 통해 "SKT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회원들로 대표원고와 소송당사자를 구성해 2차 민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2G 서비스 종료 시엔 집행중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 SKT, 2021년 6월 2G 주파수 반납해야
SKT는 2021년 6월까지 2G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2G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주파수를 다시 할당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매년 2000억원씩 전파 사용료를 내야 한다.주파수 사용료 문제 외에도 2G 가입자 감소,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2G 단말기, 2G 장비 노후화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을 고려하면 2G 서비스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비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기지국, 중계기 등 2G 관련 장비·부품은 2010년 이후 생산이 중단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여년 전 대량 구입해둔 예비부품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소진돼 베트남으로 2G 부품을 구하러 가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이통사의 전체 2G 가입자 수는 140만명. 이중 SKT의 2G 가입 고객 수는 72만명, LG유플러스는 64만명이다. 두 회사의 2G 가입자 수가 비슷하지만 01X 번호가 많은 SKT가 특히 '2G 서비스 일몰'에 속앓이하고 있다.
KT는 앞선 2012년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KT도 애를 먹었다. 2011년 3월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발표한 후 세 차례 종료 일정을 미룬 끝에 이듬해 1월 서비스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2G 가입자 수를 KT 전체 가입자 수의 1%인 16만명으로 줄인 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서비스 종료를 승인받았다"며 "SKT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연내 전체 가입자의 1%인 27만명 수준으로 2G 가입자를 줄여야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 "서비스 전환 지원 최선…5G 고도화 집중"
SKT는 2G 고객들의 망 이동을 위해 여러 고육책을 내놨다. △단말 구매 지원금 30만원 제공 및 24개월간 매월 요금 1만원 할인 △24개월간 매월 사용 요금제 70% 할인 혜택 중 택일할 수 있게끔 했다.
각종 결합할인과 장기고객 혜택은 그대로 제공한다.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타 통신사로 전환할 때도 4만원의 해지 지원금을 준다.
2021년 6월까지는 01X 번호도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가 마련한 '01X 한시적 세대간 번호이동' 제도를 활용하면 01X 번호 그대로 3G, 4G(LTE),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상대방 휴대전화에 기존 번호가 표시되는 '번호 표시 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SKT는 2G 서비스 종료 후 이 주파수를 LTE로 전환할 계획이다. 트래픽 폭주 중인 LTE에 주파수를 늘리면 기존 대비 6500배 이상의 트래픽을 추가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SKT는 '5G-LTE 결합기술'을 이용해 5G를 서비스하고 있어 LTE 망이 늘면 5G 속도도 빨라진다.SKT 관계자는 "SKT가 국내에서 2G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해 23년간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왔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급변으로 이제는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며 "2G 서비스 종료를 계기로 5G 시대에 차별화된 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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