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낸 산부인과 의사 무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첫 판결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결정을 받아낸 산부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4월 헌재 결정 후 처음으로 나온 무죄 판결이다.

광주지방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장용기)는 2013~2015년 광주의 한 병원에서 67차례에 걸쳐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업무상승낙낙태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A씨는 2017년 2월 낙태한 여성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 1심 재판부는 업무상승낙낙태와 의료법 위반 등을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다 지난 4월 헌재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형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며 “A씨가 낙태 수술을 할 당시에도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 자체가 적어 재판이 많이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비슷한 사건에서 무죄 선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