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사 10곳 중 4곳 "해외이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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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경영 애로는 '인건비 부담'자동차 부품회사 열 곳 중 네 곳가량이 공장을 해외로 옮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근로시간단축제(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2017년 말 851개에서 지난해 말 831개로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4일 전국 33개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38%가 “해외 이전 (투자 포함)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경영상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인건비 부담’(29%)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부품사들의 경영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외부감사 대상 부품사 481곳(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제외)의 지난해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소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에 그쳤다.
부품사들의 납품처인 완성차업계는 고임금·저효율 구조에 질식하기 직전이다.자동차 1兆 팔 때 인건비, 한국 1210억원 vs 日 도요타 580억원
한국 자동차산업이 좀처럼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후유증, 미·중 무역 전쟁 등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2년 넘게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근본 원인으로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을 꼽는다. ‘습관성 파업’에 찌든 노동조합 리스크도 글로벌 경쟁력을 좀먹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5사 평균 연봉 8915만원국내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임금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4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와 해외 경쟁사들의 지난해 평균 임금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 5개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915만원으로 조사됐다. 대표 경쟁 기업인 일본 도요타(852만엔·약 8484만원), 독일 폭스바겐(6만8471유로·약 8892만원)보다 많다. 김준규 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국내 5개사의 작년 평균 임금은 2017년(9072만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05년(5009만원)과 비교하면 13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인건비 부담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한국이 높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 12.1%에 달했다. 매출 1조원 대비 들어가는 임직원 임금이 1210억원이란 얘기다. 이에 비해 도요타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5.8%(매출 1조원 대비 580억원)로 한국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독일 폭스바겐도 10.5%로 한국보다 1.6%포인트 낮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으면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실제 그랬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R&D 투자액은 4조4213억원이다. 폭스바겐, 도요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기아차의 매출 대비 R&D 비중(작년 기준·2.9%)은 도요타(3.5%), 폭스바겐(5.8%), GM(5.3%)보다 낮았다. 부품회사도 마찬가지다.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높은데 생산성은 되레 떨어진다. 한국(완성차 5개사 기준)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HPV·2015년 기준)은 26.8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 더 길다.
“파업병 고쳐야 생존 가능”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업계의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기형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노사 관계가 안정적이다. 2000년대 초반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의 어려움을 겪은 뒤 도요타 노조는 2003년부터 4년간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근로자 전환 배치도 수용했다. 1962년 무파업 선언을 한 뒤 지금까지 파업하지 않고 있다. 올해로 57년째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딴판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 노조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노조는 올해도 “임금을 더 달라”며 파업을 벌일 태세다.완성차업계의 ‘모범생’으로 통하던 르노삼성 노조마저도 현대차 노조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간 312시간가량 전면 및 부분 파업을 벌였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또다시 노사 갈등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GM도 작년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1년 넘게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노조의 파업병을 고치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도병욱/장창민/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