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5만원의 행복'이 부른 갈등?…송가인 소속사 불통 행보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송가인, 팬클럽 창단 논란으로 시끌
소속사 포켓돌, 팬들 반발에 맞서다 결국 창단 보류
송가인 팬들 "소통 우선시 되어야"
송가인 출연료 논란 /사진=한경DB
'트로트 여신'이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송가인의 팬들이 요 며칠 골머리를 앓았다. 팬클럽 창단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 '불통' 전략을 고수하던 소속사는 비난 여론을 인지해 뒤늦게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마음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모양새다.

지난 1일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이하 포켓돌)는 바로 다음 날인 2일 송가인의 '어게인(AGAIN)'과 홍자의 '홍자시대' 공식 팬클럽 1기 모집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오는 28일 팬클럽 창단식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포켓돌 측은 아티스트와 더 친근하게 소통하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팬클럽 활동을 위함이라면서 팬들의 결집력을 이어가겠다는 설명을 더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팬클럽 창단 소식. 아티스트와 팬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분명 좋은 접점이 될 수도 있지만 팬들은 바로 반기를 들었다. 팬클럽 모집 시기와 방법 등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었다.

소속사 측에서 제시한 팬클럽 가입 비용은 5만 원이었다. 기존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비용이 2~3만원 대에서 책정되는 것에 비하면 높은 가격이었다. 이에 '미스트롯'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송가인과 그를 지지하는 팬들의 연령층을 겨냥한 금액 책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송가인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그도 그럴 것이, '미스트롯'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은 현재 각종 행사와 방송, 공연 등으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는 각 도시별로 매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방송 시작 전 60명이었던 송가인 팬카페의 회원 수는 현재 2만3000명을 넘어섰다. 무려 380배 이상 증가한 놀라운 수치다. 현 시점에서 팬클럽 가입 비용을 높게 책정한다면 그 수익 또한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이에 팬들은 소속사가 '미스트롯' 이후 갓 활동을 시작한 송가인의 신곡 발표보다는 팬클럽 창단에 혈안이 돼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그의 신곡을 기대한 팬들로서는 서운함이 들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충분한 소통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 소속사는 기존 송가인의 팬카페명인 '어게인'을 공식 팬클럽명으로 사용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팬카페와 논의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기에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실로 송가인의 팬카페는 유료 모집 시스템이 아닌 '송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결성, 운영되고 있던 곳이다. 송가인의 인기에 힘입어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팬들은 이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소속사의 '진정성'을 의심했다.팬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결국 송가인의 팬카페 측은 포켓돌에 팬클럽 창단식 중단 요청을 했다. 그러나 소속사는 앞선 입장을 고수했다. 포켓돌은 "소통의 부재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팬 규모가 많아짐으로써 질서 있는 팬 문화를 만들고자 공식 팬클럽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대 여론에도 불구, 팬클럽 창단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각종 지적에 대한 해명도 덧붙였다. '어게인'을 공식 팬클럽명으로 하려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카페 회원분들이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가입비 5만 원에 대해서는 "타 아이돌 가수들은 가입비 2만 5000원에 팬미팅 비용은 5만 5000원을 받는다. 이에 반해 우리는 5만 원에 가입비는 물론 굿즈, 회원카드, 선예매 혜택, 창단식 입장료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의 이 같은 강행 의사는 팬들의 마음을 또 한 번 뒤흔들었다. 팬들은 일관된 '불통' 행보에 분노했고, 양측의 갈등은 전혀 봉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떠한 언급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송가인에게도 화살이 꽂히기 시작했다. 실망감을 표하며 팬카페를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점점 심각해지는 비난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결국 포켓돌 측은 팬클럽 창단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포켓돌은 " 카페 회원분들과 좀 더 많이 소통하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소속 아티스트와 팬카페 회원분들을 위해 계획했었다는 점은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팬클럽 창단과 창단식 개최까지 모두 잠정 보류된 상태다.
송가인 /사진=인스타그램
특히 송가인의 소속사는 팬들과 마찰을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송가인은 지난달 20일 일정을 마치고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화물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송가인이 탑승하고 있던 차량은 80%가량 파손됐으며 송가인은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송가인은 사고 후유증으로 허리에 실금이 가고 디스크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2일 송가인은 팬들의 걱정이 쏟아지는 가운데 외출증을 끊고 '미스트롯' 천안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에 충분한 휴식 없이 스케줄을 강행한다며 소속사를 향해 '혹사 논란'이 일었다. 팬들은 '부상 투혼'이 아닌 제대로 된 치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먼저 입을 연 것은 송가인이었다. 송가인은 "소속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신경써주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스케줄 강행군은 팬들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방송을 통해 송가인이 "바쁜 스케줄로 링거를 맞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스케줄을 마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달 29일 송가인 갤러리는 '스케줄 일시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성명서를 통해 팬들은 현재 치료 중인 그가 계속되는 콘서트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사고 이후 송가인의 치료 경과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송가인의 스케줄은 변경이나 취소 없이 정해진 대로 진행됐으며 이에 대한 소속사의 입장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

불통으로 인해 생겨난 불신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 특히 비슷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팬들은 소속사의 팬클럽 창단 보류 결정 역시 '취소'가 아닌 '잠정 보류'일 뿐이라며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팬은 "이미 신뢰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입장을 번복한 꼴이다. 진정 아티스트와 팬을 생각한다면 소통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닐 수 없다.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가수를 단순 이익을 위해서만 생각한다면 이를 지지하는 팬과의 관계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게 과연 누굴 위한 것이냐"라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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