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과서 편집진에 '韓역사 제대로 써달라' 호소하는 고교생

반크 인턴 이승빈 군…"역사·문화 제대로 배워 세계에 알릴 거예요"
1살 때 부모와 미국 매사추세츠에 이민해 그곳에서 성장한 고등학생 이승빈 군은 최근 모국을 찾아 아주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 군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영문으로 한국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초·중·고교에 다니면서 교과서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며 "인턴 기간 한국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국과 세계에 잘못 알려진 한국 역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고, 이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군은 반크에서 나치 깃발 아래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일본 제국주의가 욱일기를 들고 저지른 침략범죄가 같다는 인식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는 내용을 영문 콘텐츠로 제작해 홍보하고 있다. "전 세계 64곳에 세운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일본의 욱일기는 전범기라는 사실을 알리는 영문 편지를 보냈어요.

세계 평화를 위해 '욱일기=전범기'를 알리는데 기념관이 지렛대가 돼달라고 센터장들에게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
또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등에서 욱일기 문양의 제품을 발견하면 즉각 항의 서한을 보내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한 달 동안 맡은 임무는 따로 있다.

미국의 대학 조기 이수 과정(AP) 때 배우는 세계사 부분의 한국사 왜곡을 바로잡는 일이다.

AP 교과서는 한국의 역사를 '중국의 속국'으로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됐거나 일본의 식민지 역사만 강조해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군은 "AP 세계사 교과서 편집자들에게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도 실어달라고 설득하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반크가 만든 자료를 동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편집진들에게 한국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싣는 반크의 활동도 돕는가 하면 한국역사를 왜곡하는 부분을 찾아 바로 잡는 활동도 펼친다.

그는 어떻게 반크를 알고 찾아왔을까.

지난해 시카고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에서 박기태 반크 단장의 발표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한국학교의 교사로 3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해 NAKS 행사에 초청돼 참가했었는데, 박 단장의 발표를 듣고 한국인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 군은 한국학교를 설립한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이번 인턴 활동을 통해 한국의 정보와 이미지가 세계에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배우고 싶다"며 "돌아가면 미국에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