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경보에 "숨이 턱턱"…오전부터 30도 훌쩍 넘어

짧은 옷차림에 양산·손 선풍기 들고 출근…공사 인부·군 장병 '비지땀'
바다로, 수영장으로, 동굴로 피서객 북적…파업 노동자들 거리서 '헉헉'
서울과 경기·강원 일부 등 중부지방에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오전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전국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넘었다.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시민들은 짧은 옷차림에 양산, 손 선풍기 등을 챙겨 출근길로 나섰고,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과 경계 작전에 나선 장병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때마침 개장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과 물놀이 시설 등에는 이른 시간부터 피서객이 몰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기온은 서울 30.4도, 수원 30.5도, 인천 25.7도, 춘천 28.4도, 강릉 28도, 청주 28.6도, 대구 29.2도, 전주 27.7도, 광주 28.7도, 부산 25.8도 등이다.이날 낮 기온은 26∼34도로 전날과 비슷하고, 평년(25∼29도)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구름도 거의 없는 하늘과 내리쬐는 뙤약볕에 출근길 시민들의 준비물이 많아졌다.

의정부에 사는 직장인 조모(36)씨는 "기온도 높지만, 햇볕이 너무 따가워 더 힘든 것 같다"며 "외근 나갈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양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강모(31)씨는 "평소에는 직행버스를 탔지만,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더울 것 같아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했다"고 밝혔다.
의정부 중랑천과 부용천 등 하천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더위를 피해 산책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주부 장모(51)씨는 "낮에 강아지와 함께 하천 주변을 산책했는데 며칠 전부터 너무 더워 아침에 주로 산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연천, 파주 등 접경지역에서 경계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의 군복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철모에 방탄조끼까지 입고 가파른 철책선을 오르는 경계병들은 작전 시작 1분도 안 돼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냉방장치가 없는 전차와 장갑차에서 훈련하는 장병들도 40도가 넘게 오르는 차량 실내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아침부터 인부 1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했다.

공사장 관계자는 "대낮 폭염을 피해야 해 아침 이른 시간부터 작업을 시작한다"며 "일하는 분들의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강릉·속초지역 23개 해수욕장은 이날 개장해 피서객을 맞았다.

피서객들은 오전부터 시원한 바다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치거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 베이에는 입장 시간인 오전 9시 30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입장객들은 워터 슬라이드에 몸을 맡긴 채 물속에 빠져들거나 원형 튜브에 앉아 급하강과 상승을 하는 야외 어트랙션을 타면서 찌는 듯한 더위를 날려버렸다.

도심 피서지로 유명한 광명시 광명동굴에는 이날 오전에만 8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려 더위를 식혔다.
지난달 말부터 고공농성이 지속하고 있는 성남시 서울요금소에는 이날도 40여 명의 노조원이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더위와 씨름했다.

지상에서 연대 농성을 하는 6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 탓에 그늘이나 천막 아래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쫓았다.

춘천에서는 뙤약볕 아래서 파업집회를 이어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강원도교육청이 실내 강당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이날 오후 야외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노동자들은 간단한 집회 후 강당으로 이동해 특강과 콘서트 등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온열 환자는 199명이다.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지자체들은 본격적인 무더위쉼터 운영에 나서거나 하루 수차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쿨링포그를 설치해 시원한 안개 방울을 뿌리는 등 대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