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일본 불매운동 부른 반일감정, 연예계 덮치나…"살려주세요" 벌벌

이시언, 일본 여행 인증샷 올렸다가 뭇매
일본 브랜드 모델 연예인들도 긴장
SNS에 일본어, 일본 여행, 맥주 등
일본 제품 인증샷 금지령
이시언, 사나, 미야와키 사쿠라/사진=한경DB
"일본 여행은 물론 맥주 인증샷도 올리지 말라고 했어요."

갑자기 휘몰아친 일본 불매운동에 연예계가 몸 사리기에 나섰다. 배우 이시언은 생일을 맞아 일본을 방문했다가 악몽같은 이틀을 보내야했다. 일본 여행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마자 악플이 쏟아졌고, 다음날 지인의 초대로 일본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 글을 올렸음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이시언은 문제의 일본 게시물 2장을 모두 삭제했다.

이시언에 대한 비판은 한일 갈등에서 촉발됐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지난 4일부터 이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3종을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하며 한국 압박에 나섰다.

이런 일본 정부의 행동이 '반한' 국민 정서를 건드린 것. 결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는 물론 일본 여행까지 지양하는 '일본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이시언에 대한 반감과 비판 여론은 이런 반일 감정이 표출된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누구든 제2의 이시언이 될 수 있다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 이미 일본 의존도 높은데…

대중문화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시행하면서 한류 콘텐츠의 중국 수출은 지난 3년간 중단됐다. 이제서야 화해 국면이 감지되면서 조금씩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풀리는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일본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올해 초 JYP엔터테인먼트 시가총액을 1조원까지 키운 건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 성공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이스의 성공을 발판삼아 일본에서 일본인 연습생을 발굴해 한국의 시스템으로 트레이닝해 데뷔시키는 '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트와이스의 성공에 최근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에서 일본인 멤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Mnet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인 '프로듀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일본 AKS와 손잡고 AKB48 합작 걸그룹을 론칭하는 '프로듀스48'을 진행, 아이즈원을 데뷔시켰다.
일본 불매 운동/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반일감정 고조, 일본 브랜드 모델 '덜덜'문제는 일본의 경제 제재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다. TV프로그램에서도 흔하게 등장하던 일본 여행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고, 전범기업과 일본 우익 기업 리스트가 돌면서 불매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중소상인자엉업자총연합회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판매중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일본을 나타내는 그림이 부착된 박스 7개를 발로 짓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각 상자에는 욱일승천기, 유니클로, 혼다, 데상트, 미쓰비시, 아사히 등 일본과 일본제품을 나타내는 인쇄물이 부착됐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문제의 기업으로 불리는 브랜드 광고를 찍은 연예인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몇몇 연예인들은 "우리는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가 하면,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재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제발 우리 연예인이 불매 리스트 제품과 함께 이름이 언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곳도 있었다.

한 매니지먼트사에서는 "잘못 걸렸다간 앞으로 두고두고 한국에서 활동이 어려워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라며 "일본어, 일본여행은 물론 일본 제품도 SNS에 노출시키지 말 것을 소속 연예인들에게 공지했다"고 귀띔했다.

◆ "일본인 멤버 빼라" 강성 목소리까지

아이돌 그룹 내 일본인 멤버 배척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공식 SNS 등에 일본어를 사용하거나 우익 활동 등이 의심됐던 멤버들이 주요 표적이 되고있다. 트와이스 사나가 대표적인 예다.

트와이스 사나는 앞서 일본 연호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거센 비판에 사나는 지난 5월 트와이스 단독 콘서트에서 "두렵고 무서웠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데뷔와 동시에 일본 우익 논란에 휩싸였던 아이즈원도 일본인 멤버들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즈원은 일본인 멤버들이 속해있던 AKB48이 기미가요 가창, 자위대 홍보 촬영, 전범 미화 콘서트 등으로 우익 논란을 빚었던바, "공영방송인 KBS에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반일감정이 다시 고조되면서 미야와키 사쿠라 등 일본인 멤버들에 대한 거부 반응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인 멤버들까지 저격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우 김의성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베가 날뛰는데 왜 사나를 퇴출시키나 토착왜구를 쫓아내야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날 "트와이스, 아이즈원의 일본 국적 멤버 퇴출운동은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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