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영민 비서실장이 손정의 주요 기업총수 만찬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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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만찬에 참석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참석 대상이 아닌 노 실장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전격적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노 실장이 전날 만찬에 참석해 한시간여동안 손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실장은 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이날 만찬 도중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의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김동관 한화쿠세 전무, 이해진 네이버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참석했다. 일본에서 부품 소재를 수입하는 대기업과 현지에 진출한 IT기업 대표들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직접적 이해가 걸려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손 회장과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찬 도중 들른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간담회 후 ‘일본 규제와 관련한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노 실장이 청와대에서 핵심 산업정책을 직접 챙겨온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핵심 3대 신성장 산업으로 시스템반도체,바이오, 미래자동차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로 볼 수 있는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서 현장의 의견을 듣고 대응책에 반영하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협력해서 대응해야하는 시기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고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청와대 정책실장 등 핵심인사들이 국내 5대 그룹 관계자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