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코스 역발상으로 200억 '대박'

첫날부터 '버디 잔치' 펼쳐진 손베리크리크클래식

'버디쇼'에 6만 갤러리 열광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인기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크리크(파72·664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손베리크리크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은 최근 골프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나 PGA챔피언십처럼 거친 코스로 꾸며 선수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권위주의적 대회와 다르다. 매년 화끈한 버디쇼가 펼쳐진다. 대회 주최 측이 페어웨이를 넓게 만들고 그린을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해서다. 2017년 열린 첫 대회 우승자 캐서린 커크(호주)는 22언더파 266타를 쳤다. 지난해 우승자 김세영(26)은 LPGA투어 72홀 최다언더파이자 최저타수인 31언더파 257타를 적어 냈다.

올해도 첫날부터 언더파 기록이 쏟아졌다. 5일(한국시간) 열린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선 참가자 140명 중 3분의 2를 훌쩍 넘는 103명(74%)이 언더파를 적어 냈다. 선두 류위(중국)는 10언더파를 쳐 자신의 LPGA투어 18홀 최저타수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최저타(9언더파) 기록도 지난해 이곳에서 작성했다. 류위는 “퍼트가 정말 잘 됐고 이 골프장 그린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매년 펼쳐지는 버디쇼에 골프팬들은 열광한다. 이 덕분에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수가 웬만한 여자골프 메이저대회를 능가할 정도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주간에 열리는 것도 흥행 요인이다. 현지 지역 언론 그린베이프레스가제트에 따르면 지난해 김세영이 우승할 당시 6만4000여 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다.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 선수들이 코스에 말 그대로 ‘불질렀다’”며 “올해도 6만 명 이상의 갤러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버디쇼 자체가 관광상품처럼 돼버린 것이다.

지역에 몰고오는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대회조직위원회 측은 이 대회에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를 연간 최대 2000만달러(약 234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그린베이 패커스 대 뉴욕 자이언츠의 경기가 지역경제에 몰고온 효과는 1400만달러였다. 하루면 끝나는 NFL과 달리 골프대회는 1주일 내내 열린다.손베리크리크는 훨씬 더 어렵게 골프장을 세팅할 수 있었다. 2017년 대회 개최가 확정된 뒤 이 골프장은 270만달러를 들여 새로 단장했다. 물론 처음부터 한 라운드에 9언더파, 10언더파가 쉽게 나오도록 계산해 코스를 다듬은 것은 아니다. 조시 독스테이터 손베리크리크 최고운영자는 “우리 골프장에서 자주 치는 골퍼라면 코스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세계 최강) 선수들이 너무 쉬워 보이게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갤러리들이 즐거워하고 인기가 있다면 골프장이 만만해 보인다는 지적쯤은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첫날부터 펼쳐진 버디 홍수 속에서 9언더파를 적어 낸 이정은(31)이 류위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정은은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해 US오픈을 제패한 ‘핫식스’ 이정은(23)과 동명이인이다. 미국에선 그를 ‘이정은 파이브’라고 부른다. ‘핫식스’보다 4년 앞서 2015년 미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우승 없이 2017년 숍라이트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다. 이정은은 “전체적으로 샷이 너무 좋았고, 그린 위 플레이도 잘 됐다”며 “버디 기회가 더 있었는데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희영(30)이 8언더파 64타, 공동 4위로 뒤를 이었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은 7언더파, 공동 11위에 오르며 2주 연속 우승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김세영은 3언더파로 공동 47위에서 시작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