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 아베 총리가 직접 만나 강제징용 배상금부터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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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공멸의 길 피해야" 한목소리한·일 갈등이 확전일로다. 일본은 경제 보복을 ‘준법 행위’로 포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론에서 ‘맞불’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한·일은 돌이킬 수 없는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몫이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두 정상이 외교를 통해 결자해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본기업 압류자산 매각 보류…협상 명분 줘야
비공식 특사라도 파견…신뢰 회복하는게 급선무
정치·외교로 꼬인 실타래는 정치·외교가 풀어야
한·일 긴급 정상회담 필요주일본대사(2011~2013년)를 지낸 신 전 차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계산된 압박으로 진단했다. “당초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현금화 조치가 실행될 때에야 대응 조치가 나올 줄 알았는데 훨씬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이 공동으로 보상금을 마련하자는 안을 내놓자 좀 더 압박을 가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전 차관은 한·일 모두 명분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한·일 관계를 지탱해온 ‘대들보’마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이 수출입 우대를 해주는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게 아주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전략물자를 안심하고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일본이 더 이상 한국을 전략적 우호국가로 여기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2018 외교백서’는 일본을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표현했다.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소중한 이웃’으로 기술한 ‘2016 외교백서’와 비교하면 확연히 격이 떨어졌다. 신 전 차관은 “외교적 해법만이 두 나라가 공멸을 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문했다.최상용 전 주일대사(2002년)도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이 지경까지 간 것은 정상 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선 정상이 만나 의중을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전 대사는 “외교를 도덕화해 상대국을 선악 이분법으로 보면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도덕적 우선권이 있는 쪽이 관대하게 나가야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협상장 나올 명분 찾는 게 중요
자유한국당 소속인 윤상현 국회 외교안보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든, 비공개든 일본 측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일본이 대한민국 정부에 정치적 보복을 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와 외교로 꼬인 실타래는 정치와 외교로 풀 수밖에 없다”고 했다.윤 위원장은 “지난달 의원 외교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측 참의원 와타나베 미키 외교방위위원장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며 “한국 정부가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보복 문제는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풀거나 의원 외교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청와대와 아베 신조 총리실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한·일 모두 협상장에 나올 명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일본은 자국 기업의 향후 피해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했다”며 “한국 쪽이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낸 것이고 더 센 걸로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외교적 해법을 위해선 “일본 기업 압류자산에 대한 매각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 법원은 2일 압류자산 매각을 위한 심문 절차를 시작했다. 대법원은 매각 명령 신청 사건의 채무자인 일본제철에 심문서를 보낼 예정이다. 일본제철은 심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안에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 답변이 없으면 심문 없이 강제집행을 시행할지 법원이 판단한다.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일본 정부가 원한다면 협상을 통해 명분을 줄 수 있다”며 “강제 징용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 일본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가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대로 한국과 일본의 관련 기업들이 징용자 배상기금을 조성하는 ‘1+1 기금안’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임락근/김소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