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민간교류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일경제인회의 연기 이어
기업 후원 문화행사도 불투명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민간의 경제·문화 외교 채널마저 하나둘 막히고 있다. 50년간 이어져온 한일경제인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양국 기업들이 후원하는 문화 교류의 장도 삐걱거리는 조짐이다. 한·일 관계 회복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5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함께 주최하는 한일경제인회의가 애초 계획했던 5월 서울 개최를 취소한 이후 아직 새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협회 측은 회의 일정을 9월 이후로 제시했으나 참석 기업인 섭외 등에 통상 두세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덕묘 한일경제협회 사무국장은 “이달 말께 일한경제협회와 새로운 일정을 잡기 위해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정이 불확실해진 측면이 있지만 올해 안에 회의를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1969년 시작된 한일경제인회의는 그동안 독도를 둘러싼 갈등,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등 숱한 경색 국면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매년 빠짐없이 열렸다. 모리야마 도모유키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는 “양국 기업인들은 그동안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는 ‘투 트랙’ 기조 아래 교류해왔다”며 “지금은 양국이 경제전쟁을 벌일 태세여서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 호쿠리쿠(北陸) 경제교류회의’는 취소됐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동해에 접한 4개 지역(대구·울산·강원·경북)과 일본 호쿠리쿠 지방 3개 현(도야마, 이시카와, 후쿠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및 기업인들이 주로 참가해왔다.

기업들이 후원하는 한·일 문화 교류 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도 당초 예정대로 9월 개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일 축제한마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올해부터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행사는 LG, 롯데, 유니클로, 히타치 등 양국 주요 기업뿐 아니라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도 후원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