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産만 있는 건 아닙니다"…4代째 국산 체리 키우는 경주 농부

홍영기 경주체리영농법인 대표

"1940년대 증조부 때부터 재배"
생산량 절반은 직거래로 판매
홍영기 대표가 자신이 키우는 국산 체리를 설명하고 있다.
체리는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입 과일이다. 2010년 3800t이던 수입량이 지난해 1만8066t으로 다섯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체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산 체리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이상기후로 체리 수입 물량이 크게 줄어 과일 유통업체들이 국산 체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체리는 대부분 수입되는 것으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산 체리의 재배 역사는 의외로 길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 모서리에는 80년째 대를 이어 체리 농사를 짓는 농가가 있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홍영기 경주체리영농법인 대표를 만났다. 홍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체리를 시기에 맞춰 먹을 수 있다는 게 국산 체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앵두와 비슷한 노란색 선발좌등금을 비롯해 주황색인 레이니어, 짙은 붉은색인 블랙펄 등 다양한 체리를 키운다. 그는 “품종별로 1주일 정도에 불과한 수확기간과 유통기한을 감안할 때 특정 품종만 심을 수 없다”며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수십 가지 품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검붉은 체리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생산되는 ‘빙’ 품종이다. 홍 대표는 국산 체리의 강점은 ‘안전성과 다양성’이라고 했다. 수확 전 15일간은 약품을 쓸 수 없는 국산 체리와 달리 워싱턴 빙 체리는 약품 처리로 과육을 딱딱하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홍 대표가 체리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2007년께다. 부친인 홍성태 씨는 1980년대부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함께 체리를 연구하고 재배 기술과 품종 등을 정립한 국산 체리업계의 대부로 꼽힌다. 그의 집안이 체리 농사를 시작한 건 194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에 살던 홍 대표의 증조부 홍순원 씨가 일본인이 운영하던 과수원을 매입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주 일대에는 양잠이 성행했다. “증조부께서 양잠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보고 주변 친구들에게 체리 농사를 추천하고 재배 기술을 전수하면서 이곳이 체리 재배단지로 커갔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체리 재배 면적을 약 600㏊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경주에 있는 체리 과수원은 60㏊다. 면적으로는 10% 정도지만 생산량은 약 200~250t으로 국내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한다.

경주가 체리의 주산지가 된 이유는 기후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서다. “체리는 고온 건조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경주는 5~6월 수확기에 강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비해 배수도 잘되는 편입니다.”인터뷰 동안 홍 대표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체리를 주문하는 전화였다. 그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택배로 파는 물량만 연간 2t에 이른다. 또 일부는 농협을 통해 출하한다. 도매시장에 물량을 내놓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도매시장에선 체리가 나오면 ‘버찌 나왔다’고 하면서 맛없는 과일 취급을 합니다. 버찌는 체리랑 완전히 다른 식물입니다. 체리가 처음 국내에 수입될 때 서양버찌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영향입니다. 맛도 색깔도 크기도 체리가 월등히 앞섭니다.”

경주=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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