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친박' 김재원 예결위원장 선출…계파갈등 조짐

황영철 "당이 원칙 깼다" 반발
비박계 "도로 친박당 될까 우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20대 국회 마지막(4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친박(친박근혜)계’로 꼽히는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선출했다. 당초 4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비박(비박근혜)계’ 황영철 한국당 의원은 위원장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거부했다.

한국당은 이날 당 의원총회를 열어 김 의원을 신임 예결위원장 후보로 뽑았다.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은 한국당 몫이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김 의원과 황 의원 간 경선을 통해 새 예결위원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황 의원은 의총 시작 10분 만에 회의장 밖으로 나와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당이 지켜온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공당이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예결위원장 후보 선출을) 처리했다”고 말했다.이어진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김 의원은 182표 중 과반인 113표를 얻어 4기 예결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김 의원은 당선 인사말에서 “예결위는 당의 전략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야당 의원들의 의정 활동과 관련한 예산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친박계 및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하면서 안상수 의원이 6개월간, 황 의원은 나머지 1년6개월간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결론 냈다. 황 의원은 3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안 의원 뒤를 이어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지난달 29일 3기 예결특위 활동 기간(1년)이 끝남에 따라 그의 임기도 공식적으론 만료됐다.

사전 협의대로라면 황 의원은 4기 예결위원장에 재선출되는 게 맞지만, 김 의원이 위원장 선출을 위한 경선을 요구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작년 원 구성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분(김 의원)이 경선 의사를 표시해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즉각 반발했지만 원내 지도부 결정을 뒤엎지는 못했다.정치권에선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잠잠하던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이 예결위원장 선출 문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복당했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박맹우 의원)에 이어 ‘알짜’ 예결위원장까지 친박계가 가져갔다”며 “‘도로 친박당’이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예결위원장 외에 한국당 몫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이종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 김세연 의원을 선출했다. 작년 7월 원 구성 안(案)이 그대로 반영됐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