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독립기념일에 건재 과시…야권에 대화 촉구

대규모 열병식 참석…과이도, 독재 비난ㆍ항의 행진 촉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건재를 과시하면서 야권에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카라카스 군 기지에서 베네수엘라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 노르웨이 중재 아래 진행된 정부와 야권 간의 협상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며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두로 대통령은 오는 24일 조국의 바다와 강, 국경을 방어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시했다. 마두로는 열병식에서 군인들과 탱크가 행진하고 전투기가 머리 위로 비행하자 손뼉을 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장한 특수부대는 사열대를 지나며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외치기도 했다.

노르웨이 중재 속에 이번 주 열릴 예정이었던 정부와 야권 간 협상은 최근 라파엘 아코스타 해군 대위의 사망 사건 이후 취소됐다. 마두로 대통령 암살 기도 혐의로 체포됐다가 숨진 아코스타 대위의 가족과 야권은 고문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해왔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끄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별도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정권의 독재를 비난했다.
과이도 의장은 "독재 외에는 현 정권을 특징짓는 더 완곡한 문구가 없다"면서 "체계적인 인권침해, 억압, 고문이 유엔 보고서에 명확히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열린 인권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의 핵심 제도와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야권 인사들과 시위대를 상대로 자행되는 고문, 살해를 비판했다.

바첼레트 인권대표는 하루 전 인권이사회에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1년 반 동안 정부의 치안 작전 중 7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보고서에 대해 '편파적이며 선택적'이라고 비난하고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과이도 의장은 또 행사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지난달 숨진 아코스타 대위가 조사받았던 군정보국 본부 앞까지 항의 행진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행진은 과이도 의장이 지난 4월 30일 소규모 군인과 함께 무장봉기를 시도한 뒤 이튿날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지만 사실상 실패를 맛본 후 다시 조직한 주요 반정부 시위다.

칠레는 유엔 보고서 발표에 따라 마두로 정권 인사 100여명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과 직접 연관된 100여명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구체적인 입국 금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그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일부"라고만 지칭했다.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과이도 의장이 지난 1월 스스로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뒤 극도의 정치적 혼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 나라가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쿠바 등과 군부의 지지를 토대로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