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美독립전쟁 때 "공항 점령"(?)…트럼프 연설 실수 '도마'

전투 장소를 영국군 장군 고향으로 잘못 읽고 독립전쟁과 1812년 전쟁 혼동
트럼프 "비 때문에 텔레 프롬프터 고장난 것 같다…잘 읽을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발언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비가 많이 내려 자막을 보여주는 텔레프롬프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이지만,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한 열병식 스타일의 기념행사 중 미국의 전쟁사를 혼동한 것이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와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내셔널몰 링컨기념관 앞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연설을 하고 1775년 시작된 독립전쟁 당시 유명 전투를 언급하면서 "우리 육군이 공항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18세기에 '공항'이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실수는 곧바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에 올랐다. 다수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비행기 시험에 성공한 1903년보다 100년 이상 앞선 시점이라는 사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독립전쟁공항이야기'(#RevolutionaryWarAirportStories)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를 조롱하고 있다.
전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착오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제의 공항 언급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대륙군(Continental Army·독립전쟁 당시 미군 명칭)이 포지 계곡에서 혹독한 겨울을 겪다가 델라웨어강을 건너 영광을 찾았고, 요크타운의 콘월리스로부터 승리를 쟁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콘월리스'란 영국군 지휘관 찰스 콘월리스 장군으로 그는 미국 요크타운이 아니라 영국 런던 출신이다.

요크타운은 콘월리스 장군이 패한 '요크타운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요크타운에서'(at Yorktown)를 '요크타운의'(of Yorktown)로 잘못 읽은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공항 발언 직후에 "그리고 포트 맥헨리에서 폭죽의 붉은 빛 아래 오로지 승리뿐이었다"고 읽은 대목도 논란이 됐다.

앞서 언급한 포지 계곡, 델라웨어, 요크타운이 모두 1775∼1783년 독립전쟁 시기의 전장인 반면 포트 맥헨리는 이후 '1812년 미-영 전쟁'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814년에 벌어진 포트 맥헨리 전투를 30년 이상 앞선 독립전쟁과 섞어서 말하는 오류를 저지른 셈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너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내려고 백악관을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 때문에 텔레 프롬프터가 고장 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연설 내용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텔레프롬프터 없이도 연설을 할 수 있었지만 텔레프롬프터가 (연단에) 나와 있었다"며 "비가 많이 내려 (자막을) 보기가 정말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