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반부패 상징' 모루, 차기 대선 부통령 후보로 급부상

보우소나루 재선 도전하면 러닝메이트 이룰 가능성

브라질에서 반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출마해 재선을 시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달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모루 장관이 러닝메이트를 이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상파울루 시 북부지역에서 열린 복음주의 개신교 행사에 참석, 정치개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개혁이 잘되면 재선 시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국민이 원하면 임기를 4년 연장하기 위해 거기(대선 레이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모루 장관이 대법관에 임명되지 못하면 부통령 출마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모루 장관이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차기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모루' 조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모루 장관과 부패 수사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모루 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브라질의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를 보고 있으며 시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글을 올려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브라질에서는 2014년 3월부터 5년 넘게 '라바 자투'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여론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부패 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이라는 답변과 부정적 평가는 각각 18%였고 무응답은 3%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기된 부패 수사 담당 판-검사 담합 의혹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서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지난달 9일 연방판사 시절 부패 수사를 담당했던 모루 장관이 연방검사들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모루 장관이 검사들에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지지자들은 당시 수사에 따른 유죄 판결로 지난해 10월 그의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모루 장관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고, 모루 장관이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다비 아우콜룸브리 상원의장은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매우 심각한 사태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모루 장관이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이었다면 의원직이 박탈되거나 사법당국에 체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도 일부 대법관은 모루 장관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담합 의혹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