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0%, 상위 10% 연봉 벌려면 300년 걸려"

상위 10%가 절반 차지…소득 양극화, 세계적인 추세
후진국일수록 불평등 심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금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 '글로벌 노동소득 분배'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세계 전체 노동소득 중에서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무려 48.8%에 달했다. 상위 10%가 소득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반면에 하위 50%의 소득 비중은 고작 6.4%, 하위 20%에게 돌아가는 몫은 겨우 1%에 불과했다.

소득 하위 10%가 상위 10%의 연봉을 모으기 위해선 30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ILO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89개국을 추적해온 결과, 노동소득 분배의 이 같은 추세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상위 10%가 가져가는 비중이 2004년 55.5%이던 것이 2017년에는 48.9%로 떨어졌지만, 각국 내부에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 게 아니라 중국, 인도와 같은 거대한 신흥국들이 번영해 저소득 노동자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를 빼고 계산할 때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7.2%, 2017년 46.2%로 큰 변동이 없었다.

ILO가 13년간 추적한 노동소득 분배에서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계층의 소득 감소는 하나의 특색으로 주목됐다.상·하위 20%를 뺀 중위권 60%에게 돌아가는 노동소득의 몫은 2004년 44.8%에서 2017년 43%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가 가져가는 몫은 51.3%에서 53.5%로 늘었다.

상위 20%의 몫이 1%포인트 이상 증가한 국가들로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이 있었다.ILO는 "상위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중위층과 하위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추세를 설명했다.

소득 불평등은 선진국보다 후진국에서 훨씬 심했다.

하위 50%의 몫 중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2.9%를 차지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3.3%에 그쳤다.

ILO의 이코노미스트인 로저 고미스는 "글로벌 노동인력 가운데 대다수가 경악할 정도로 임금이 낮고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미스는 "세계 하위 50%의 평균 월급은 198달러"라며 "하위 10%가 상위 10%의 연봉을 모으려면 3세기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글로벌 소득에서 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53.7%에서 2017년 51.4%로 낮아졌다. 미주와 유럽에 있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본소득이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다.

자본소득은 생산에 따른 수입 중에서 임금과 수당 같은 노동 대가를 배분하고 나서 기업주나 투자자 등 자본의 주인이 가져가는 몫이다.ILO는 자본소득의 비증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회복해 확대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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