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모시거나, 맛집에 맡기거나…호텔 레스토랑의 변신

호텔의 향기

호텔 레스토랑의 변신
르 캬바레 시떼
특급호텔의 얼굴이자 자존심인 레스토랑이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지금까지는 호텔에서 실력과 인지도를 쌓은 셰프들이 외부로 나가 레스토랑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반대로 외부에서 인지도를 높인 셰프와 레스토랑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다른 호텔의 스타 셰프를 스카우트하는 사례도 있다.

호텔과 셰프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호텔 본사는 직영을 고집하지 않고 과감하게 스타 셰프를 영입해 식음업장 공간을 맡긴다. 셰프가 월급을 받는 호텔 직원이 아니라 공간을 임차해 운영하는 경영주인 사례가 많아졌다.
롯데호텔 서울 피에르가니에르
호텔업계 관계자는 “레스토랑을 직영으로 운영해 부담을 떠안는 것보다는 검증된 셰프와 그들의 레스토랑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에도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플라자, 레스토랑 4개 한꺼번에 바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플라자’는 지난 2일 호텔 레스토랑 네 곳을 한꺼번에 열었다. 모던 한식 레스토랑 ‘주옥’, 유러피안 레스토랑 ‘디어 와일드’,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르 캬바레 시떼’, 디저트 까페 ‘더라운지’ 등이다.
신창호 셰프 이준 셰프 박준우 셰프 이영라 셰프
더플라자는 리뉴얼된 공간에 레스토랑을 유치하기 위해 상품기획자(MD)들이 1년간 공을 들여 스타 셰프를 유치했다. 호텔 관계자는 “이미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오너 셰프’들인 만큼 이들을 호텔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디어 와일드
주옥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1스타를 획득한 신창호 셰프가 2016년 서울 청담동에서 처음 선보인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다. 같은 미쉐린 등급을 받은 이준 셰프는 그의 세번째 레스토랑 ‘디어 와일드’를 열었다. 생면 파스타, 통오리 로스트 등의 메뉴가 주특기다. 이영라 셰프의 ‘르 캬바레 시떼’는 해산물 전채요리, 튀김요리, 문어·감자요리 등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케이블방송 요리 경연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준우승한 경력이 있는 박준우 셰프는 초코무스 케이크, 스콘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더라운지’를 운영한다.호텔의 새 얼굴 된 브랜드 레스토랑

강민구 셰프
남산에 있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캐주얼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민구’를 8일 정식 개장한다. 이곳도 스타 셰프에게 운영을 맡긴 경우다. 미쉐린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를 총괄 운영자로 영입했다. 정통 유러피언 스타일을 변형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메뉴를 선보인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각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은 지난 3월 기존 직영 일식당 대신 퓨전 일식당 ‘아키라백’을 유치했다. 포시즌스 12층에 있는 아키라백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일식 셰프 아키라 백(한국 이름 백승욱)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한식을 기반으로 한 모던 일식을 내놓는다.

‘메종 글레드 제주’는 제주 식재료로 만든 중식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중식당 청’을 지난달 들여놓았다. 중식당 청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담백한 중식을 모토로 2004년 서울 삼청동에 처음 선보인 레스토랑 브랜드다. 2014년에 한남동으로 이전했고, 이후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과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에도 입점한 바 있다. 한치 우럭 통전복 등 제주 시그니처 메뉴, 광둥식 제주 통우럭찜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 많다. 사전 예약을 통해 손님의 예산과 기호에 맞춰 코스 메뉴를 설계하는 ‘맞춤코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타셰프 영입 잇따라

허우더주(侯德竹) 셰프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은 지난 5월 호텔신라 중식조리총괄 상무를 지낸 화교 출신 허우더주(侯德竹) 셰프의 레스토랑을 유치했다. 그는 42년간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을 이끌었다. 중국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가 그의 음식을 맛보고 “본토요리보다 더 훌륭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허우(侯)’를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었다. 보양식 불도장 등 그의 특기를 선보인다. 중국 요리는 기름기가 많아 소화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코스 요리의 70% 이상을 튀기지 않고 구성했다는 설명이다.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이 1년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해 9월 문을 연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롯데호텔 직영이면서 해외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를 유치한 사례다. 세계적인 프랑스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유일한 국내 레스토랑이다. 롯데호텔 소속 셰프들이 상주하고 가니에르 셰프가 1년에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함께 레시피를 연구하고 지도하고 있다.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본점의 레시피를 따르면서도 계절마다 바뀌는 한국 제철 식재료를 요리에 반영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