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경제('보험 자본규제' 선진국도 시끌시끌…"美,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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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본규제' 선진국도 시끌시끌…"美, 연기·수정 시사"
"므누신 재무장관 'ICS 부정적 영향 우려…수정안 마련 늦춰야'"
韓, K-ICS 수정안 2차 테스트 착수…최소 10년 경과기간 둘듯 보험사에 새로 적용될 자본건전성 규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보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자산·부채를 인식할 때 지나치게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가정함으로써 '멀쩡한' 보험사가 장부상 부실한 곳으로 전락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될 자본건전성 국제 기준의 적용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힘을 얻고 있다.
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 42명은 지난 5월 하순 랜들 퀄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ICS가 미국 보험사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CS(Insurance Capital Standard)는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 차원에서 마련하는 신(新) 지급여력제도, 즉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이를 국내 상황에 맞춰 도입하려는 게 K-ICS다.
민주·공화당을 망라한 이들 상원의원은 서한에서 "장기보장 생명보험 상품에 시장가치 접근법이 알맞지 않다"며 "ICS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 미국 보험사들이 규제 불확실성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언급한 '시장가치 접근법'이란 자산·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다.
2022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보험사의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겠다는 게 ICS의 도입 취지고, K-ICS도 마찬가지다.
애초 미국은 오는 11월 ICS 2.0(수정안)을 완성하고, 내년부터 2024년까지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책당국은 수정안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수정안 마련·도입도 상당 기간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전국보험감독관협회(NAIC) 주최 포럼에 참석해 "ICS의 시장가치 접근(market valuation approach)이 장기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negative effects)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11월로 예정된 ICS (수정안) 도입 시간표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may not be sufficient)"며 "추가 수정이 불가피할 것(Further revisions will be required)"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 정·관계에서 커지는 ICS 도입 관련 논란은 K-ICS 도입이 추진되는 국내 보험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는 데 금융당국과 업계의 이견이 없다.
연간 보험료 2조달러(약 2천400조원)에 총자산 9조달러(약 1경1천조원)로 세계 최대의 보험시장인 미국에서 ICS 완화·연기론이 힘을 받는 만큼, 국내시장도 이런 추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된 K-ICS 1.0(초안)의 1차 계량영향평가(QIS)에선 현재 기준인 지급여력(RBC)비율이 300%를 넘는 보험사들도 대부분 K-ICS 비율이 10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S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구채의 발행 수요가 몰리자 비용 부담(금리)은 커지고,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요 탓에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시장 왜곡마저 나타났다.
최근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은 5천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을 조달했다.
금리는 연 3.69%(국고채 5년물에 가산금리 2.17%포인트)였다.
한화생명 측은 "적정 수준의 금리"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한화생명의 실적 악화와 K-ICS 도입에 따른 고금리 확정형 부채(저축성보험 계약)에 따른 추가자본 적립 부담이 금리에 반영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장의 초저금리와 K-ICS 도입 부담은 한화생명은 물론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라며 "중소형사 중에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ICS 2.0(수정안)을 마련, 이달 중 2차 QIS에 착수하는 금융당국은 최종안(K-ICS 3.0)에서 업계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입 시기와 관련해서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에서 "글로벌 규제개편 추이 등을 봐 가며 도입 시기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앞서 건전성 규제(SolvencyⅡ)를 도입한 유럽은 애초 2012년 도입을 목표로 5년간 준비하다가 2016년으로 도입 시기를 늦췄고, 실제 적용은 16년의 경과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2022년이 목표인 K-ICS 도입 시기가 늦춰지고, 최소 10년의 경과 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므누신 재무장관 'ICS 부정적 영향 우려…수정안 마련 늦춰야'"
韓, K-ICS 수정안 2차 테스트 착수…최소 10년 경과기간 둘듯 보험사에 새로 적용될 자본건전성 규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보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자산·부채를 인식할 때 지나치게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가정함으로써 '멀쩡한' 보험사가 장부상 부실한 곳으로 전락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될 자본건전성 국제 기준의 적용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힘을 얻고 있다.
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 42명은 지난 5월 하순 랜들 퀄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ICS가 미국 보험사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CS(Insurance Capital Standard)는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 차원에서 마련하는 신(新) 지급여력제도, 즉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이를 국내 상황에 맞춰 도입하려는 게 K-ICS다.
민주·공화당을 망라한 이들 상원의원은 서한에서 "장기보장 생명보험 상품에 시장가치 접근법이 알맞지 않다"며 "ICS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 미국 보험사들이 규제 불확실성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언급한 '시장가치 접근법'이란 자산·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다.
2022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보험사의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겠다는 게 ICS의 도입 취지고, K-ICS도 마찬가지다.
애초 미국은 오는 11월 ICS 2.0(수정안)을 완성하고, 내년부터 2024년까지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책당국은 수정안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수정안 마련·도입도 상당 기간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전국보험감독관협회(NAIC) 주최 포럼에 참석해 "ICS의 시장가치 접근(market valuation approach)이 장기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negative effects)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11월로 예정된 ICS (수정안) 도입 시간표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may not be sufficient)"며 "추가 수정이 불가피할 것(Further revisions will be required)"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 정·관계에서 커지는 ICS 도입 관련 논란은 K-ICS 도입이 추진되는 국내 보험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는 데 금융당국과 업계의 이견이 없다.
연간 보험료 2조달러(약 2천400조원)에 총자산 9조달러(약 1경1천조원)로 세계 최대의 보험시장인 미국에서 ICS 완화·연기론이 힘을 받는 만큼, 국내시장도 이런 추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된 K-ICS 1.0(초안)의 1차 계량영향평가(QIS)에선 현재 기준인 지급여력(RBC)비율이 300%를 넘는 보험사들도 대부분 K-ICS 비율이 10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S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구채의 발행 수요가 몰리자 비용 부담(금리)은 커지고,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요 탓에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시장 왜곡마저 나타났다.
최근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은 5천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을 조달했다.
금리는 연 3.69%(국고채 5년물에 가산금리 2.17%포인트)였다.
한화생명 측은 "적정 수준의 금리"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한화생명의 실적 악화와 K-ICS 도입에 따른 고금리 확정형 부채(저축성보험 계약)에 따른 추가자본 적립 부담이 금리에 반영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장의 초저금리와 K-ICS 도입 부담은 한화생명은 물론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라며 "중소형사 중에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ICS 2.0(수정안)을 마련, 이달 중 2차 QIS에 착수하는 금융당국은 최종안(K-ICS 3.0)에서 업계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입 시기와 관련해서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에서 "글로벌 규제개편 추이 등을 봐 가며 도입 시기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앞서 건전성 규제(SolvencyⅡ)를 도입한 유럽은 애초 2012년 도입을 목표로 5년간 준비하다가 2016년으로 도입 시기를 늦췄고, 실제 적용은 16년의 경과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2022년이 목표인 K-ICS 도입 시기가 늦춰지고, 최소 10년의 경과 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