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힘쓰는 현대차그룹…인재발굴 '리크루터' 늘린다

채용제도 바꾸고 조직개편

'우수인재 영입' 사내 전문가
올 50명으로 3배 이상 확대
정의선 부회장도 직접뛰며 영입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채용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조직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까지 직접 나서서 고위급 연구인력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만간 중앙연구소 이름을 ‘기초선행연구소’로 바꾸고, 소속을 미래전략본부에서 연구개발본부로 옮긴다. 경기 의왕에 있는 중앙연구소는 당장 양산차에 적용하진 않지만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미래차에 장착할 기술을 미리 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임태원 전무가 기초선행연구소 설립 태스크포스팀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미래전략본부는 기술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나 그들과 협업에 집중하다 보니 중앙연구소와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며 “연구개발본부 산하로 들어가면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다른 연구센터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연구소 연구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히 선행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기초과학과 관련된 연구도 일부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현업에서 일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미래기술 분야 우수 인재를 직접 발굴하는 ‘H-리크루터’ 제도를 확대·운영하기 시작했다. 미래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대학을 찾아다니며 분야별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최종 면접의 특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5명의 리크루터가 인재를 찾아다녔지만, 올해는 그 수를 5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인력을 영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R&D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뜨면 일부 대기업은 연구소 인재 문단속에 비상이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SK그룹 출신인 설원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객원교수를 미래혁신기술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고위급 외부 인사 영입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외국인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BMW에서 오랫동안 일한 비어만 사장은 현대차그룹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이다.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가장 기술 발전이 빠른 분야 중 하나”라며 “언제 친환경자동차나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자동차 시대가 도래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현대차그룹은 어느 때보다 R&D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