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전문성 살리고 직역 수호하라"…경매·추심·세무 등 전문변호사회 가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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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채권 추심이나 노무, 세무, 등기·경매 등의 전문변호사회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세미나 등 학술 활동을 함께 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변호사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직업 영역을 지키려는 변호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변호사들이 노무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신용정보업계 종사자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직역 다툼을 벌이고 있어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각 분야 변호사들이 ‘각개전투’에 나섰다는 얘기다.7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채권추심변호사회, 노무변호사회, 세무변호사회, 등기·경매변호사회 등 주요 전문변호사회 회원 수가 최근 1년간 200~300여 명씩 증가했다. 지난해 5월 638명이던 등기·경매변호사회 회원은 올해 6월 95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세무와 노무변호사회도 각각 306명과 227명의 변호사를 추가로 모집해 821명과 694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채권추심변호사회는 243명 더 늘어 86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4개 전문변호사회는 모두 지난해 2월 출범했다.법조계는 전문변호사회가 활성화되는 주요 배경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변호사 시장에서 찾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빠르게 늘어나자 변호사의 관심 분야가 채권 추심, 노무, 세무, 부동산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소송업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게 변호사업계의 판단”이라며 “변호사업계에 새로 진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가운데 상당수가 전문변호사회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접 직역 곳곳서 마찰 빚자
최근 1년간 회원 200~300명씩↑
변호사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변호사업계는 법조 인접 직역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공인중개업이나 채권추심업을 하려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공인중개사와 신용정보업계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무사 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과는 소송대리권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법조계에선 전선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형성된 만큼 분야별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상권 채권추심변호사회장은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로 변협이 있지만 변협은 선거로 2년마다 집행부가 바뀌어 연속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채권 추심 분야만 지속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문변호사회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신용정보업계와의 갈등이 생겨나는 채권추심변호사회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를 상대로 의견 개진을 시도하고 각종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외활동에 매진하고 있다.전문변호사회들은 대외활동 외에도 저마다 다양한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소속 회원의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직역 종사자와 비교해 업무 능력이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변협은 전문변호사회에 강의실을 마련해주는 등 측면 지원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전문변호사회를 설립해 활동하는 것은 독려할 만한 일”이라며 “전문변호사회의 존재만으로도 변호사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