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소주성 시너지는커녕 상충"…與서도 정책전환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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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성장·경제활력 제고로 무게중심 이동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부터 경제정책 중심을 소득주도성장에서 경제활력과 혁신성장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간 모순점이 많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투자활성화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빅데이터 3법 등 관련 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경제활력 제고 입법 우선 추진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경제정책의 초점을 소득주도성장에서 경제활력 쪽으로 많이 이동시켰다”며 “정부엔 쓴소리가 되더라도 당 안팎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경제가 살아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들을 중점 관리 법안으로 채택했다. 지난 5일 열린 민주당 민생입법추진단 회의에서 총 5개 민생입법 분야 중 △경제활력 제고 △신산업·신기술 지원 등 혁신성장 관련 과제를 나란히 1·2순위로 선정했다.
"일자리 정부 외치면서
정책이 되레 고용악화 초래"
의원들, 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
경제활력 제고 입법 과제로는 △유턴기업 지원법 △금융투자활성화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지원이, 신산업·신기술 지원 입법 과제엔 △기업활력법 △빅데이터3법 △수소경제법 △벤처투자촉진법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규제 개혁과 경제활력 대책을 넣자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런 기조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고용·노동과 관련해 별다른 추가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에 대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언급해 급격한 인상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원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정책을 전향적으로 수정해 긍정 평가가 늘어나면 경제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충’ 지적 많았던 소주성과 혁신성장민주당의 기류 변화는 여권 안팎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간 상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민주당 내에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의 대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의 두 축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정부의 8대 혁신성장 사업에서 스마트공장은 제조업 노동자가, 스마트시티는 경비 인력이, 스마트팜은 농민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정부를 외치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 증가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송 의원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 각 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의 보완책으로 혁신성장을 추진할 게 아니라 항공우주산업과 바이오 등 성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상충되는 정책”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제 시행은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기존 개혁정책도 손볼 듯
벤처업계와 학계에선 주 52시간 근로제와 혁신성장이 상충 관계에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유연근무가 필수인 벤처 창업 환경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선택적 유연근무제로의 전환 등 업종별, 산업별 핀셋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은 향후 기존 정책들이 혁신성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손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에는 상속세를 감면받을 경우 10년 동안 고용 인원을 상속 당시보다 줄이면 안 된다는 법조항이 있다. 최 의원은 “혁신성장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적극 육성하자는 정부에서 고용 인원 유지 항목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대신 설비 투자나 인건비 지출액 확대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의 세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