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피팅부터 전시까지…AR, 생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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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착 어려운 온라인 쇼핑에 활용직접 안경점을 찾지 않아도 태블릿PC에 비친 내 얼굴에 수십 개의 안경을 씌워보며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고를 수 있다.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면 안경을 쓴 옆모습도 보인다. 화면 하단엔 수십 개 브랜드의 안경과 선글라스가 있어 터치 한 번으로 바꿔 쓸 수 있다. 힘들게 가구나 가전을 옮기지 않고도 가상으로 집안 곳곳에 배치해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역에선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전시회가 열린다. 특수 안경을 쓰고 고속철도 열차를 점검하면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부품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지 진단한다.
패션 등 유통업계 관심 높아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도 진출
"3년 후면 VR시장의 세 배로"
일상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는 증강현실(AR) 기술이다. 대형 통신사뿐만 아니라 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A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AR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년 뒤 가상현실(VR)보다 시장이 세 배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패션기업까지 뛰어들어…
안경 가상 피팅 앱(응용프로그램)은 파일압축 프로그램 ‘알집’으로 유명한 SW업체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라운즈’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라운즈는 이스트소프트의 SW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서비스”라며 “이용자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딥러닝(심화학습) 기술을 활용한 제품 추천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블루프린트랩도 AI와 AR 기반의 안경 가상피팅 기술을 개발했다. 프랑스 패션기업 라미에 이 기술을 판매했다.
AR·VR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는 동대문 롯데피트인 등 주요 쇼핑몰에서 AR 가상피팅 키오스크 ‘에프엑스미러’를 선보였다. 이용자가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옷이 어울리는지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이즈가 안 맞는 옷을 고르면 어느 부위가 꽉 끼는지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에프엑스기어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지역 유통업계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국내 통신사 LG유플러스는 다음달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역사에 5세대(5G) 이동통신과 AR 기술을 활용한 ‘U+5G 갤러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LG유플러스 AR앱으로 보면 사물이나 인물이 움직여 또 다른 예술 작품이 된다. 작품을 크게 확대하거나 돌려 보면서 감상할 수도 있다.
KT는 IPTV(인터넷TV) 올레tv 홈쇼핑 방송에 AR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가구나 가전 등의 상품을 원하는 위치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는 ‘AR 쇼룸’ 서비스다. KT는 또 공장 등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작업용 특수 AR안경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패션기업들도 AR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벨라루스 AR 스타트업 워너비와 손잡고 이달 초 스니커즈 피팅 앱을 선보였다. 구찌 앱에서 원하는 스니커즈를 고른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을 비추면 선택한 신발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다.2021년 AR시장 약 97조원
패션 등 유통업계는 AR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옷이나 안경을 입거나 써볼 수 없다는 단점을 AR 기술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R이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AR 시장이 VR보다 세 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VR보다 AR의 범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VR은 이용자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무관한 100% 가상의 세계다. 이에 비해 AR은 현실을 기반으로 그 위에 가상의 정보를 얹은 것이다. AR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1년 AR·VR 시장 규모가 1080억달러(약 12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VR 시장은 250억달러(약 29조3000억원), AR 시장은 830억달러(약 97조2000억원)로 각각 내다봤다. AR 시장이 약 세 배 더 크다.
단 기술적 한계는 있다. AR 전용 앱은 AR 카메라가 내장된 기기에서만 작동한다. AR 글라스 가격이 비싼 것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R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3D(3차원) 렌더링(2차원 이미지를 3차원 이미지로 만드는 것) 기술,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하는 기술 등이 고도화돼야 하고 상당히 많은 양의 데이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