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점휴업 넘어 폐업위기의 경사노위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자문기구가 아니라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 위원회 합의에 모든 정부 부처가 구속되도록 하겠다.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다.”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로부터 7개월여, 경사노위는 개점휴업 상태를 지나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지난 2월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어렵사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소위원회 합의 사안을 최종 추인하기 위한 2차 본위원회를 개최했으나 노동계 일부 대표(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세 명)의 불참으로 안건 상정조차 못 하고 무산됐다. 이후에도 3, 4차 본위원회 개최를 시도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그런 탓에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은 국회로 넘어가서도 ‘장기 보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4일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사노위는 이들 세 명을 설득했다며 5차 본위원회 개최를 언론에 통보했으나 불과 6시간 만에 번복했다. 경사노위는 이들에게 참여 약속을 받았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은 참여는 하되 탄력근로제 의결은 못 하겠다고 했다.

5차 본위원회 무산으로 경사노위는 존폐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활동 중인 각 위원회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본위원회 추인을 받아야 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오는 11일까지만 운영되고, 이후 산업안전보건위원회(16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19일)가 차례로 셔터를 내린다. 경사노위에는 금융산업위원회와 해운산업위원회만 남는다.

경사노위는 노동계, 경영계 대표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의 참여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경사노위는 더 이상 노동계 눈치 보지 말고 의결구조 개편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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