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탁결제원의 부실 해외출장

양병훈 증권부 기자 hun@hankyung.com
한국예탁결제원의 부산증권박물관 태스크포스(TF) 구성원들과 KSD 나눔재단 관계자 등은 지난해 11월 대만에 이어 지난달 중국으로 ‘박물관 탐방’ 출장을 다녀왔다. 오는 10월 부산증권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해외 선진 박물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왔다고 한다. 경비는 총 2200여만원을 썼다.

두 차례 출장에서 예탁원 관계자들이 방문한 박물관은 모두 10곳이다. 현지 박물관 임직원을 만난 건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렇게 해서 제출한 보고서는 한 곳당 A4용지 6~7페이지 분량이었다. 보고서에 해외 선진 박물관 운영의 시사점으로 언급한 내용은 ‘다양한 전시연출 방법 필요’처럼 원론적인 것들이다.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40차례에 달하는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업무상 필요하면 어디든 못 갈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출장 보고서도 A4용지 10페이지가 안 되는 게 대부분이다. 분량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보고서의 결론에 해당하는 ‘시사점’ 부문에는 굳이 현장을 가지 않더라도 쓸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올 5월 ‘글로벌 법인식별기호(LEI) 시스템 포럼’ 참석 후 제출한 독일 출장 보고서가 일례다. 시사점으로 언급한 내용의 분량은 총 400자가 안 됐다. 내용은 ‘글로벌LEI재단 정기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등 별 의미없는 것들이다. 이런 시사점을 얻는 데 예탁원은 1100만여원을 지출했다.

예탁원은 증권 예탁결제 업무를 하면서 증권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독점 기관이다. 지난해 361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가운데 정규직 1인당 평균연봉이 1억1160만원으로 가장 많은 곳이다. 경기 불황으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가운데 회사 돈으로 하는 예탁원의 부실출장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