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통화정책 흔들어…실업률·인플레이션 통제 어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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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그전에 규제 장벽부터 넘어야 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리브라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권의 보수적인 태도를 두고 일각에선 혁신을 가로막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또 한편에선 리브라의 개인정보 보호, 불법행위 이용 가능성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통화정책 결정에 미칠 영향까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각국 정부·중앙은행이
'리브라'를 우려하는 까닭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페이스북 리브라를 정책 결정자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게재하며 통화정책당국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카우시크 바수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리브라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바수 교수는 “리브라가 출시되면 사람들이 거래에 이용하기 위해 법정화폐와 교환하겠지만 인기가 높아지면 이를 보유하려 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법정화폐가 쌓이는 페이스북과 리브라연합은 이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리브라연합이 점차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리브라를 더 많이 발행하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수 교수는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능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화당국은 통상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때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거나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통화 유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면 통화정책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게다가 리브라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칼럼니스트도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세계 단일 은행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리브라 준비금을 은행 예금과 단기 국공채 바스켓으로 꾸려 가치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가치는 외환시장의 출렁임과 금융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또 “리브라연합이 이용자의 금융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대출기관이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은행을 축출하고 최악의 경우 세계는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단일 은행 출현을 지켜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국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리브라에 대한 긴급 논의에 들어가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금융당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워킹그룹을 꾸리고 리브라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 분석에 들어갔다. 국제결제은행(BIS)도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법정통화의 디지털 통화 발행을 서둘러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