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호박 꼭지 - 김해자(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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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살어둠 뻘뚱밭에서
소피 보던 복실 어매
엉덩짝 같은 호박이 담 위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온몸이 샛노래지도록 꼭지에
매달려 있는 동안은
이별은 도착하지 않고 죽을힘 다해 꼭지가 호박을 매달고 있는 한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시집 《해자네 점집》(걷는사람) 中바닷가에는 어둠이 왜 이다지도 금세 찾아올까?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살어둠이 깃든 때 갯벌이며 해안가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밀려온 물 속에 물고기 떼가 이리저리 노닐고 있다. 온몸이 샛노래지도록 꼭지에 매달려 있는 호박은 물때를 기다렸다가 물고기를 잡는 어부와 같고 어두워지기 전까지 뻘뚱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노동과 같으니 살어둠이 찾아오는 기쁨만 한 것이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차오르는 저 바닷물이 마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라면 우주 만물이 변하지 않는 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호박처럼 농사든 고기잡이든 사랑이든, 모두 풍성할 것이다.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