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보다 평세권"…부산에만 통한다는 '아파트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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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라도 평지 집값 11% 높아최근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숲'이다. 쾌적한 자연환경과 여가생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숲이 집과 가까운 이른바 '숲세권'(숲+역세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만은 예외다.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는 평지(平地)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집값 또한 평지 아파트가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지 아파트, 청약경쟁률도 높게 형성
부산 사람들의 '평지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하다. 부산이라는 지명에서 산이라는 글자가 '산(山)'자일만큼 부산은 산이 많은 곳이다. 일부 해안가를 제외하는 '산'이 많다보니 '터널'이나 고가도로도 많은 지역이다. 부산은 오래된 도시인만큼 노후된 주택들도 많다. 더군다나 산에 모여있는 노후 주택들은 교통이나 인프라를 이용하기에 불편한 경우들이 많다.반면 평지는 차량으로 이동이 편리하고, 지하철 노선이 지날 경우에는 역과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동과 동사이의 높이 차도 경사지에 비해 일정한 편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선호도는 '가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입주한 ‘명륜2차 아이파크’가 이러한 경우다. 규모가 2058가구로 큰 만큼 단지는 1단지와 2단지로 나뉜다. 입주 시기도 동일하고 분양가도 큰 차이가 없었다. 브랜드도 아이파크로 같은데 아파트값에서는 평지인 1단지가 2단지 보다 더 높다. 아파트값은 1단지가 3.3㎡당 1421만원(네이버 매물 6월 현재)으로 1273만원인 2단지에 비해 11% 정도 더 높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가격차이의 원인은 '평지'로 꼽고 있다.청약시장에서도 '평지사랑'은 발견된다. 지난 5월 청약을 받은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가 이러한 경우다. 올해 부산에서 아파트 공급이 많은 만큼 업계에서는 청약 성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959가구 분양(특별공급 제외)에 청약자가 무려 6349명이 몰렸다. 경쟁률로는 평균 6.62대 1에 달했다. 대림산업이 부산시 전포동 일대 재건축 사업으로 공급한 ‘e편한세상 시민공원’은 1순위 평균 11.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또한 평지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다.일각에서는 부산 부동산 시장이 정비사업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평지 아파트' 선호가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평지는 물론 새 아파트 자체가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높았다. 이제는 정비사업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아지면서 너도나도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하반기 부산에서는 1만7953가구(임대 제외)의 아파트가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은 주변 기반시설이 완비된 경우가 많아 입주 시 바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기존 수요자 및 주변 수요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이 중 평지 아파트로는 롯데건설이 부산진구 가야동에서 분양하는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가 있다. 단지는 지하 3층 지상 최고 36층, 6개 동으로 총 935가구 규모다. 이중 일반 분양은 640가구다. 단지는 부산지하철 2호선 동의대역 바로 앞에 있다.현대엔지니어링은 사하구 괴정동 1208번지 일원에 '힐스테이트 사하역'을 분양할 계획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8층의 12개동이며 전용면적 84~114㎡로 이뤄진 1314가구 규모다. 마찬가지로 평지에 조성되며, 단지에서 약 도보 5분 거리에 부산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이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