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PS업체 가민, 100만원대 고급 스마트워치로 시장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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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로 변신 성공‘항공, 항해, 자동차, 아웃도어, 피트니스.’
세계 첫 내비게이션 개발 출시
내비 앱 등장으로 GPS사업 위기
2000년대 웨어러블 기기 진출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다섯 개 산업 분야에 진출한 기업이 있다. 미국 위성항법시스템(GPS) 기업 가민이다. 항공기와 배, 자동차에 들어가는 GPS를 생산하던 가민은 2000년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시장에 뛰어들어 변신에 성공했다.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4위를 기록하고 있다.설립 30주년을 맞은 가민은 최근 고급형 스마트워치 ‘마크’를 선보였다. 가민이 진출한 다섯 분야를 나타내는 에비에이터, 캡틴, 드라이버, 익스페디션, 애슬리트 5종이다.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고급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시장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마크는 가민의 역사”
1989년 설립된 가민은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GPS를 소비자용 내비게이션으로 개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항공기 조종석에 들어가는 GPS 시스템 세계 1위 업체이기도 하다.하지만 2000년대 위기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가민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해 변신에 성공했다. 운동을 즐기는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특수 기능 등을 도입한 전략이 통했다.
가민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마크 출시 기념 아시아 간담회를 열었다. 브래드 트렌클 가민 아웃도어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마크를 기획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본사의 전 직원이 매달려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크 시리즈의 각 제품은 기능은 물론 시곗줄 베젤 등 디자인, 소재까지 특성에 맞게 차별화했다. 예컨대 항해를 즐기는 이용자를 위한 ‘마크 캡틴’은 시원한 느낌의 푸른 자카드직 나일론으로 제작했다. 조난 위치 표시 기능을 넣고, 베젤엔 요트 경기에 필요한 레가타 타이머 눈금을 적용했다. 자동차 경주에 특화한 ‘마크 드라이버’엔 베젤에 속도를 잴 수 있는 타키미터 눈금을 넣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250개 경주 트랙도 내장했다. 가민 관계자는 “다섯 개 사업 분야에서 쌓아올린 기술을 각 제품에 녹였다”고 설명했다.마크 시리즈는 세계 시장 기준으로 총 5만 대를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국내 시장엔 제품별 50개씩 한정 판매한다. 클리프 펨블 가민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다양한 마크 시리즈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스마트워치 시장 다변화하겠다”
가민의 스마트워치 전략은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애플의 애플워치 등과 다르다. 우선 가격이 비싼 특화 제품이 많다. 최신 제품인 가민 ‘피닉스5X 플러스’의 가격은 100만원대다. 그래도 잘 팔린다. 특화 기능 덕분이다. 운동할 때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자세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준다.제품도 훨씬 다양하다. 가민이 매년 출시하는 스마트워치 모델은 10여 종에 달한다. 일상적인 기능만 넣은 보급형 제품인 ‘비보’ 시리즈부터 운동패턴 분석 등 특수한 기능을 내장한 고급형 제품 ‘피닉스’ 시리즈까지 다양하다. ‘마크’ 시리즈는 이 가운데 최고가 제품이다.
가민은 고급 스마트워치 시장의 저변을 확대해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스코픈 린 아시아 마케팅·세일즈 총괄이사 겸 가민 코리아 지사장은 “스마트워치 시장의 ‘천장’이 높아졌다”며 “전통적인 시계처럼 스마트워치 시장도 다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