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회 점거로 위축됐던 홍콩시위대, 주말 집회로 '동력 회복'

홍콩 행정부 반격 태세…송환법 반대진영과 대치 장기화 조짐
입법회 점거 전보다 시위규모 위축 평가도…中정부 압박 변수
사상 초유의 입법회 청사 점거로 인해 홍콩 행정당국과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으며 위축되는 듯했던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진영이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저항 동력을 다시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송환법 반대 진영은 7일 카오룽(九龍) 반도의 침사추이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23만명, 경찰 추산 5만6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평화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발생한 입법회 청사 점거 사태가 홍콩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킨 이후 처음으로 열린 주말 대규모 집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홍콩 정치 평론가들은 온건 성향의 홍콩 시민들 다수가 입법회 점거에 나선 청년들과 선을 긋지 않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송환법 반대 운동이 다시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홍콩도시대학 장추융(張楚勇) 교수는 "어떤 기준으로든 (집회 규모가) 대단했다"며 "정부가 너무 완고한 태도를 유지하고 여러 차례 대규모 시위에서 표출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일부 사람들은 시위대를 더욱 동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일반 대중은 입법회 점거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캐리 람을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 분석가인 홍콩중문대 마웨(馬嶽) 교수는 "대중들은 (강경 성향의) 젊은 시위대와 그들을 구분 짓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람들이 동정심을 갖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일례로 지난 5일 밤 열린 '홍콩 어머니 집회'에서는 수천명의 참석자들이 '우리가 함께 지지한다'(TOGETHER WE STAND) 등의 손팻말을 들고 청년 시위대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73세 노인 훙씨는 SCMP에 "우리가 입법회 청사에 휘몰아쳐 가지 않았으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시민들과 학생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며 "그들은 정부가 그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회 점거 사건을 계기로 그간 수세에 몰렸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여서 시위대와 홍콩 정부 간의 갈등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또 시위대의 요구는 송환법 완전 철폐 외에도 람 행정장관 사퇴, 체포 시위대 석방 및 처벌 면제, 직선제 확대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현 정부는 어느 요구도 수용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송환법 반대 진영이 이번 주말 시위를 계기로 동력 회복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입법회 점거 사태의 여파로 이전보다 세가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주최 측 추산을 기준으로 최대 200만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간 사태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중국 중앙정부가 입법회 점거 사건 이후 적극 개입 의지를 시사하는 것도 향후 사태 전개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홍콩 정부가 입법회 점거 등 '불법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홍콩 앞바다에서 진행한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 사진을 공개하는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