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톡] 중국 인민해방군·정보기관 밀접한 관계 드러난 화웨이

사진=AP
미국 정부가 지난 5월15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곳을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PLA),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화웨이 직원 수 천 명의 고용 정보를 조사한 결과 화웨이가 알려진 것보다 더 깊숙이 중국 인민해방군 및 정보기관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와 영국 싱크탱크인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연구원들이 화웨이 직원 이력서(CV) 데이터를 샅샅이 살펴본 결과 군과의 연결 고리가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화웨이 직원들은 화웨이 입사와 동시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기관에 동시에 고용된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또 해킹이나 통신 감청 분야에 종사했던 직원이나 중국 국가안전부(MSS) 연관 업무를 화웨이에서 수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요.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이 주도하는 서버 운영 체제 관련 프로젝트에 화웨이 직원이 참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볼딩 교수는 스스로 화웨이의 MSS 대리인으로 일했다는 한 직원의 말을 인용해 “그가 화웨이 장비에 합법적으로 침투하는 능력을 구축하는 작업을 위해 일했다”고 밝혔습니요. 이번 조사를 수행한 연구원들은 이 직원이 민감한 통화 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비밀 장치를 영국의 통신업체인 보다폰이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에 심는 작업에 참가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습니다. 보다폰 비밀 장치 논란은 최근 불거졌는데, 보다폰은 화웨이가 네트워크에 불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습니다. 보다폰과 화웨이 모두 비밀 장치 문제는 네트워크 설치 당시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FT는 해당 연구가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서구 정부나 기업에 대해 스파이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화웨이와 미국 정부 간 ‘블랙리스트’ 논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볼딩 교수는 “화웨이와 군사 기관 간 연결관계는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지요. 중국 군사 전문가인 엘사 카니아는 이번 연구가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행태는 화웨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첨단 기술기업이 군 출신을 영입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연구는 화웨이와 군·정보기관의 불투명한 관계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말했습니다.

화웨이는 성명서를 통해 군기관이나 정부 출신 지원자들은 그들이 해당 기관과 현재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보안 문제로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 수입을 망설이고 있는 세계 각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