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美특허 만료…3兆 시장 놓고 '바이오시밀러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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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미국 특허가 지난달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출시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4종이 한꺼번에 출시된 것처럼 미국 허셉틴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개社 제품 FDA 허가 받아
내년 한꺼번에 출시 가능성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달 초 허셉틴 개발회사인 로슈와 미국 판매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앞서 셀트리온, 화이자 등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3개 회사도 로슈와 계약을 맺었다. 로슈가 허셉틴의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소송이 종결되기 전에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해 손실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개발사에 판매 로열티를 제공하고 합의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문제는 출시 시기다. 각 사 모두 로슈와의 합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와 조건이 알려지면 경쟁사로부터 견제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내년부터 출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내년 초 미국 출시를 밝히면서다. 미국의 허셉틴 시장은 3조원 규모다.전문가들은 휴미라처럼 특허 만료 전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포진해 출시 시기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개발사로선 위협적인 퍼스트무버 1명을 경쟁자로 만들기보다 여러 명의 후발주자가 출혈경쟁을 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한 회사의 발매 시기를 크게 앞당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퍼스트무버 효과가 사라진 만큼 마케팅 역량과 판매 네트워크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사보험이 장악하고 있어 유통 파트너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럽에서 성공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지지부진한 이유로 사보험 시장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유럽에서는 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한 반면 미국에서는 1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