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센트도 단종…씨 마르는 소형 세단
입력
수정
지면A15
"한해 5000대 팔기도 빠듯"현대자동차의 소형 세단 엑센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와 한국GM 아베오 등 다른 완성차 업체의 소형 세단은 이미 단종됐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세단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프라이드·아베오 이어 역사 속으로
현대차 노사, 단종 공식화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말 엑센트 단종 이후 생산 및 인력운용 방안을 논의했다. 단종을 공식화한 것이다. 엑센트는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엑센트 외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준중형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벨로스터를 조립한다.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세단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는 이유는 판매 부진 탓이다. 엑센트는 2012년 3만 대 넘게 팔리는 등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갈수록 판매가 줄어들더니 2017년엔 1만 대를 밑돌았다. 지난해엔 5698대 팔리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1~6월)에는 2461대밖에 못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994대)과 비교하면 17.8% 줄어든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모델이 이미 사라졌는데도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소형 세단 자체의 매력이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소형 세단의 판매를 급감시킨 모델은 소형 SUV다.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소형 SUV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소형 SUV 라인업을 각각 둘로 늘렸다. 소형 SUV는 2013년 한국에 처음 등장했지만, 6년 만에 7개 차종이 시장에 나올 정도로 급성장했다. 가격은 소형 세단과 비슷한데, 높은 시야와 넓은 적재공간 등 SUV 특유의 장점을 갖춰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SUV보다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중형 이상의 큰 차를 원하는 추세다.
소형 세단보다 조금 더 큰 준중형 세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때 ‘국민차’로 불렸던 현대차 아반떼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3만2184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3만5803대)보다 10.1% 줄었다. 아반떼는 연 13만 대 넘게 판매된 적도 있지만, 올해는 7만 대 정도만 팔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아차의 K3와 르노삼성자동차의 SM3도 판매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GM 크루즈는 지난해 단종됐다.경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경차 판매량은 5만62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1124대)에 비해 8% 줄었다. 2021년 광주광역시가 주도하는 ‘광주형 공장’에서 경형 SUV를 생산하면 세단형 경차 시장은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소형 및 준중형 세단 등 ‘작은 세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