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모자상·저승의 神·전차…로마 이전 지중해 문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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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고대국가 '에트루리아' 유물 300점 특별전기원전 10세기, 이탈리아 중북부의 해안을 끼고 있는 광활한 땅에 새로운 문명이 탄생했다. 로마에 흡수되기까지 약 1000년 동안 지중해를 중심으로 번영했던 에트루리아 문명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의 여러 도시와 교류했던 에트루리아는 화려하고 독자적인 문화와 종교, 언어 등을 발달시켰다. 에트루리아인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티르세노이’ 혹은 ‘티레노이’라고 불렀고, 로마인은 ‘투스키’ 또는 ‘에트루스키’라고 했다. 오늘날 피렌체가 있는 주(州) 이름인 토스카나는 여기서 유래했다.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고 심취했던 에트루리아인은 토착신앙에 그리스의 다신(多神) 사상을 받아들였고, 이는 고대 로마 종교관의 근원이 된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무역과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생활을 중시했다. 에트루리아의 무덤벽화는 이들이 수금·피리·팬파이프 연주와 레슬링·달리기·복싱·승마 등의 운동을 즐겼음을 보여준다. 피비린내 나는 검투사 경기도 즐겼다고 한다. 금속세공의 대가였던 이들은 호화로운 것을 좋아해서 귀고리, 팔찌, 목걸이 등 사치스러운 금장신구를 즐겨 사용했다.
각종 무기류와 장신구, 도기, 춤추는 여인들의 그림 등이 당시 에트루리아인의 문화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이탈리아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그리스 양식의 ‘모자상’, 청동과 철로 만든 기원전 7세기의 화려한 전차, 에트루리아 저승의 신인 ‘반트’와 그리스 저승의 신 카룬이 묘사된 유골함 등이 눈길을 끈다.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에트루리아가 로마에 끼친 영향이다. 이들은 그리스인에게 배운 알파벳을 로마에 전했다. 구획된 도로와 하수도 시설, 대경기장 등 로마의 도시문명을 기초하는 등 수많은 문화적 흔적을 남겼다. 전시 제목에 ‘로마 이전’을 붙인 것은 로마문명 이전의 문명이라는 뜻에서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어린이 5000원.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